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50대 윤 모 씨는 신선식품을 구매할 때 지역 반품샵을 찾는다. 지난해 문을 연 이 매장에서는 유통기한이 이틀 이하로 남은 축·수산 식품을 절반 아래의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원래 대형 e커머스에서 팔던 제품으로, 품질이 좋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면서 “밤에 가면 매대가 거의 비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육류·과일·생선까지 취급하는 반품샵 혹은 리퍼 매장에 지역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 매장은 유통기한 경과가 다가오는 국내 유명 e커머스 상품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전제품을 주로 취급했던 매장이 신선식품을 들여 오는 것은 물론 아예 정육 등 일부 품목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길어지는 고물가 국면에서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식재료가 각광받는 불황형 소비 현상의 하나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사업 행태는 ‘땡처리’ 혹은 ‘삥시장’이라는 은어로 불리며 형성돼 있다. 600g 단위로 소포장된 보쌈용 삼겹살의 경우 부산 강서구의 한 매장에선 유통기한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 당일 1만1800원 가격표가 붙는 식이다. 이 상품은 온라인상에서는 2만656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삥시장의 존재는 십여년 전 일부 식품기업들이 대리점주들에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공식품을 강매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대리점주들은 소비자가의 20~30% 수준에 물건을 사들여 50%선에서 되팔았다. 서울 영등포와 청량리를 중심으로 남아있던 삥시장은 이후 유통 구조 변화와 더불어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다시 소비 시장에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신선식품 전문 e커머스 확대 속 미판매분이 늘어나는 가운데 불황이 덮쳤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위법성 면에서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는 게 업계와 법조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틈새 시장을 노려 자발적으로 물건을 확보해 판매하는 만큼 과거 제기된 ‘밀어내기’ 논란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식품위생법률연구소장인 김태민 변호사도 “온도 관리 등 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기한 내에 유통해 판매했다면 달리 위법성이 문제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삥시장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어떨까. 업계에서는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삥시장으로 넘어오는 제품, 즉 미판매분 공급이 꾸준하지만 한정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적정 재고 관리에 상당한 노력을 쏟고 있지만 조류 독감처럼 소비자가 특정품목 구매를 피할 이슈는 계속 발생한다”며 “폐기율을 제로로 낮출 순 없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통업체 입장에선 폐기하기 아까운 신선식품을 비공식적으로 삥시장에 넘겨 부가 수익을 발생시키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