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저가 매수에 나서는 개인들의 ‘빚투(빚을 내서 투자)’가 4000억 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신용 융자까지 활용해 2차전지 등 대형주 매집에 집중, 연초 6거래일간 2조 5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집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신용 융자잔액은 지난해 12월 29일 17조 5584억 원에서 이달 8일 17조 9349억 원으로 5거래일 만에 3765억 원 늘며 18조 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용 융자는 지난해 10월 23일(18조 2268억 원)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난해 11월 6일(16조 5767억 원)과 비교하면 1조 3582억 원이나 불어났다.
특히 올해 신용 융자잔액 증가 속도는 코스닥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29일 9조 166억 원이던 코스피 신용 융자는 이달 8일 9조 3219억 원으로 3054억 원 급증했다. 코스닥의 신용 융자잔액은 같은 기간 8조 5419억 원에서 8조 6130억 원으로 711억 원 증가에 그쳤다.
개인들이 올 들어 빚투에 나서는 것은 향후 증시 반등을 염두에 두고 연초 하락장을 대형주 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9일 코스피가 3.54% 뒷걸음질 치는 사이 개인은 2조 482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는 같은 기간 2조 9887억 원어치를 팔아치워 대조를 이뤘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4519억 원 수준이다. 코스피와 달리 개인이 올 들어 코스닥을 순매수한 규모는 629억 원에 그친다.
개인이 9일까지 매집한 업종은 주로 반도체와 자동차·2차전지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005930)를 5531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000660)(2350억 원), 두산로보틱스(454910)(2113억 원), 삼성SDI(2098억 원),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1698억 원), 현대차(005380)(1340억 원), 기아(000270)(1186억 원), SK이노베이션(096770)(717억 원), 포스코퓨처엠(003670)(697억 원), 포스코DX(022100)(678억 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의 기대와 달리 코스피는 이날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이날 0.26% 하락한 2561.24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만 해도 상승으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밑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자 장중 내림세로 돌아섰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9억 원, 667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712억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개인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 영향으로 2.35% 내렸고 포스코홀딩스(-1.92%), LG화학(051910)(-1.57%), 포스코퓨처엠(-0.91%) 등 2차전지주도 약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선방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0.60% 상승했고 SK하이닉스도 실적 개선 기대에 1.03%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60% 오른 884.64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 전문가들은 증시에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 만큼 빚을 내 주식을 사기에 앞서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 발표와 CES 2024,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대만 총통 선거 등 대형 이슈가 산재해 있다”며 “다음 주에도 미국 실적 시즌과 공화당 경선, 갤럭시 S24 공개 등이 예정돼 증시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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