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PB) 제품 생산·공급을 시작한 후 수금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매출 증대 뿐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 유통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지업계에서 33년 동안 업체를 운영해 온 안창원 나래문구지류 대표는 쿠팡과 PB 협업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협업을 시작한 2019년 연매출이 12억원에서 3년 만에 18억원으로 50% 성장한 것이다. 경기도 광주에 기반하고 있는 나래문구지류는 쿠팡의 PB ‘탐사’에 도화지 제품들을 공급한다. 쿠팡 도화지 카테고리에서 나래문구지류가 생산한 ‘탐사’ 제품의 점유율은 현재 40%에 달한다. 안 대표가 30년 넘게 쌓은 업력이 마침내 쿠팡을 통해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자금 흐름 원활로 경영 안정성 높아져
PB는 소비자의 가계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좋은 상품이 있음에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팔지 못했던 영세업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PB 공급을 하는 영세업체 입징에서 체감하는 가장 좋은 점은 사업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지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경우 오프라인 시장에서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거래대금을 나중에 받는 게 관례처럼 굳어 있었다. 이 때문에 돈을 떼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안 대표는 “물건을 줬더니 나중에 ‘돈이 없다. 다음에 주겠다’고 하면 받아낼 방법이 없다”며 “쿠팡과 거래하면서 부터는 일단 자금 흐름이 원활해졌고, 그 덕분에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했던 운영에도 메뉴얼이 생겼다”고 밝혔다.
경영 안정성이 확보되고 사업 매뉴얼이 생기니 공급처가 더 늘었다. ‘쿠팡 PB 협력사’라는 타이틀이 제품 품질을 증명하는 근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추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안 대표는 “기업 운영에서 영세업체 역량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있는데 쿠팡이 이걸 해주니 경기도 외 국내 다른 지역으로도 시장을 넓히게 됐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쿠팡이 진출한 대만 시장에도 물건을 팔았는데 우리가 수출 기업이 됐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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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공급=좋은 품질’ 평가로 이어져
PB 공급으로 유통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은 나래문구지류 뿐만이 아니다. 쿠팡이 역점을 두고 시장 공략 중인 밀키트 시장에서는 초원식품이 동반 성장을 하고 있다. 현재 갈비탕·부대찌개 등으로 쿠팡 ‘냉동 탕·스프’ 카테고리에서 점유율 28%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초원식품은 전체 매출의 30%를 쿠팡 PB 상품으로 달성하고 있다. 이규진 초원식품 대표는 “쿠팡이 자체 식품 브랜드 ‘곰곰’을 론칭한 2019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헀는데 2022년까지 매출이 거의 8배 올랐다”며 “쿠팡과 거래를 통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가 생겨 거래처 수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대형 유통사의 품질 관리 시스템은 엄격하고 선진화돼 있어 공급사의 레벨도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쿠팡 납품이라는 홍보 효과에 제품 품질도 좋아지니 초원식품을 찾는 곳이 늘어나 거래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쿠팡과의 협업 초기에는 쿠팡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이 50%에 달했으나 오히려 현재는 30% 정도로 떨어졌을 정도로 공급처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커지면서 고용도 늘려
PB 협력 업체들은 매출 확대에 발맞춰 인력 고용도 늘리고 있다. 쿠팡에 핫팩과 제습제 등을 PB 상품으로 공급하는 올덴은 협업 초기인 2019년 70억원이었던 연매출이 현재 170억~18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직원 30명을 신규 채용했다. 김현민 올덴 대표는 “지난해 신규 투자를 하면서 직원을 늘렸고 이달에는 새로운 공장도 완공한다”며 “이런 투자가 모두 PB로 대형 유통사와 협업에 성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초원식품의 경우 2019년 이후 매출이 크게 늘면서 회사 조직 규모가 3년 만에 세 배 정도로 커졌다.
매출 성장에 성공한 PB 협력업체들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정부가 유통사 PB 상품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제 겨우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다시 시장에서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김 대표는 “만약 유통사에 PB 공급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회사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을 것”이라며 “정부가 PB에 대해 단순하게 제재하기보다 소규모 협력업체들의 상황을 고려해 적절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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