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는 농업과 식음료 산업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푸드·애그(농업)테크 기업들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하는 와중에 지정학적 위기와 기후변화로 식량난이 세계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는 탓이다. CES 2024의 4대 주제 중 하나로 ‘인류 안보(Human Security for All·HS4A)’가 꼽힌 이유이기도 하다.
11일(현지 시간) CES 2024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파크에는 ‘푸드테크존’을 포함해 푸드·농업 등 총 145개 기업이 부스를 열었다. CES 2024 혁신상을 거머쥔 푸드테크 기술도 총 11개다.
2022년 CES에 푸드테크 카테고리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혁신상을 받은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 CES 주최사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앞으로 전시에서 푸드테크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본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은 적극적인 기술 도입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수경 재배를 기반으로 한 선반형 스마트팜 ‘라이즈로마(Rise Roma)’로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미국 스타트업 ‘라이즈가든’ 부스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라이즈로마는 식물 씨앗이 담긴 캡슐을 이용해 토마토·상추 등 12종의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브랜든 배이 라이즈가든 엔지니어는 “학교 등 단체 급식장에서도 식물을 자체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미드바르의 ‘에어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에어팜은 영양제를 배합한 수증기로 식물을 재배해 기존 수경 재배 기반 스마트팜 대비 물 사용량이 95% 적다. 성장 속도는 150% 빠르고 단위 면적당 설치 비용은 절반에 불과하다. 조대근 에어로팜 연구소장은 “수자원이 부족한 중동·아프리카는 물론 20년째 가뭄인 미국 네바다주 쪽 현지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에어팜은 CES 2024 인간 안보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농작물을 효율적으로 조리할 수 있는 기술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탑테이블’은 영양 상태를 측정해 맞춤형 영양제를 즉시 만들어주는 푸드프린팅 기기 ‘잉크’로 올해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조리 과정 없이 알약 하나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SF 영화와 같은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리 과정의 혁신 제품도 쏟아졌다. 미국 스타트업 ‘셰비’는 인덕션과 오븐 전력 소모를 90% 줄이는 신기술로 혁신상을 받았다. 일본 스타트업인 테크매직과 한국의 크레오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업소용 자동 조리 로봇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들도 K푸드 열풍을 타고 CES 2024로 향했다. 스마트 조리 자판기 ‘출출박스 로봇셰프’를 선보인 풀무원 부스에는 도입을 타진하는 방문자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자판기 스타트업 ‘요카이익스프레스’와 손잡고 한식 메뉴를 제공한다. 풀무원은 이효율 총괄 최고경영자(CEO)가 CES를 찾았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상무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 후계자들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