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간의 오랜 라이벌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MS가 지난 11일 장중 시가총액 2조 9030억 달러(약 3820조 원)에 이르며 2년 만에 애플(2조 8710억 달러, 3778조 원)을 따돌리고 글로벌 시총 1위 자리에 올라서면서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둔 두 회사 간 전략 차이가 시장의 온도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IT 기업들의 승부처는 AI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1980년대부터 이어진 두 회사 간 팽팽한 기 싸움은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MS, 2년 만에 애플 넘어서다
‘39%와 61%’. 지난 1년 간 애플과 MS가 보인 각각의 주가 상승률이다. 즉 MS의 주가가 애플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올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향방의 차이는 어떻게 해서 나타났을까. 시장 전문가들은 MS 주가는 AI에 대한 관심이 주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일찍부터 투자를 단행해왔다. MS가 집행한 투자 금액만 총 130억 달러(약 1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MS는 신규 서비스들을 내놨고 이는 다시 호 실적을 이끌면서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생성형 AI 혁명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MS가 애플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AI가 변화시키는 환경에 대응하는 속도가 경쟁사들보다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아이폰의 주요 판매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배경에 애플은 올해만 세 번이나 IB들 사이에서 투자등급 하향 의견이 나왔다.
◇세기의 IT 라이벌...또 경쟁?
애플과 MS는 오랜 라이벌 관계로 유명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1955년생 동갑내기지만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 서비스를 두고 소송까지 치르면서 불편한 관계가 됐다.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둘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특허 소송에 이긴 MS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며 90년대 시총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닷컴버블’ 등을 거치면서 MS는 정상에서 내려왔고 그 자리는 2010년대부터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이 차지하게 됐다. (물론 이 사이에는 GE, 페트로차이나, 아람코 등이 1위에 올라선 적도 있다.) 최근 ‘GPT스토어’ 출시와 관련해 애플의 앱스토어 등과 같은 효과를 예상하며 AI에 적극적으로 나선 MS 주가에 호재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 ‘비전프로’ 앞세워 재도약?
애플도 반격의 카드를 준비 중이다. 내주 미국에서 사전판매에 들어가는 XR 헤드셋 비전프로는 대표적이다. 비전프로는 ‘비전 OS’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공간 컴퓨터’로 ‘애플워치’ 출시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애플의 야심작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비전프로는 소비자 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판매가격이 256GB 기준 3499달러(약 460만 원)에 이르지만 초기 완판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홍콩계 증권사 TF 인터네셔널의 애널리스트인 궈밍치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애플이 비전프로의 제품 포지션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고 가격도 비싸 의구심이 있다”면서도 “헤비 유저를 기반으로 출시 후 빠르게 매진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는 6월 열리 세계개발자대회(WWDC) 행사에서 AI 개발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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