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한 OCI(456040)그룹과 통합 작업에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반발하면서다. 임 회장은 1분기 중 경영권 확보를 위한 행동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의 ‘사모펀드(PEF)와 손 잡고 지분 확보에 나설 계획이 있을지’ 묻는 질문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관심을 표명한 국내외 기관들이 있다”며 “추후 오픈 가능한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같은 계획을 이번 1분기 중에는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기관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당초 그룹의 이미지를 고려해 경영권 분쟁은 피하고 싶었으나 이같은 결단을 내릴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에 대해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두 그룹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간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송 회장과 장녀인 임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회장은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 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현재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최대주주이자 2007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임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다면 주요 주주인 차남 임종훈 사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임 사장과 신 회장이 각각 10.56%, 11.52%를 보유하고 있다. 임 회장(9.91%)이 두 사람과 연대하면 31.99%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 간 통합이 이뤄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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