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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선거 압력솥' 안으로…韓 기업 불확실성 파고 더 커진다

[AI 빅뱅, 카오스에 빠진 K기업] < 상 > 뫼비우스 띠에 갇힌 기업

올해 70개국 선거…'정치' 경영 최대 변수로

수출기업 23% "공급망 문제 심화 우려"

현대차, 러시아에서 공장 14만원에 매각

"기업 자유 보장해 '미래파이' 키워야"

경기 평택시 포승읍 기아 평택항 수출전용부두에서 EV6 등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평택=오승현 기자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올해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 70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국내 수출 기업들이 국제 정세의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기업의 경영 환경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탓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장 철수도 검토해야 할 정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 이슈·대응계획’을 보면 기업의 23%가 올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글로벌 이슈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심화’를 꼽았다. 여기에 러시아(3월), 한국·영국·인도(4월), 유럽의회(6월), 일본(9월), 미국(11월) 등 주요 국가의 잇따른 선거도 기업이 꼽은 불안 요소 중 하나로 선거 결과가 경영에 부정적 영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2년 가까이 가동을 멈추고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두 곳을 현지 업체에 1만 루블(약 14만 원)에 판다. 러시아에서 2년 가까이 가동을 멈춘 삼성전자의 TV 생산 공장과 LG전자의 가전제품 생산 공장도 현지에서 헐값 매각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021년 중국 베이징 공장 1곳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 충칭 공장까지 팔았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기 어렵자 중국에서 제작한 웨이퍼를 한국으로 들여온 뒤 극자외선(EUV) 공정을 진행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정학적 위험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의 마찰은 기업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 국가의 정교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24년은 지정학적 불안이 극에 달하는 상황인데 글로벌 네트워크를 쥔 오너 경영인들의 개인기로 버틸 수 없다”면서 “국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 전략을 짜야 할 한 해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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