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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6.6조 매도폭탄에 연초랠리 실종…103개 종목 신저가 추락

[코스피 '검은 1월']

■ 한달만에 2500 붕괴

반도체 등 시총 상위주 집중매도

外人도 하루새 1800억 이상 팔아

거래대금 13조서 8.5조로 급감

닛케이 34년만의 최고치 경신에

日주식 순매수액 한달새 9배 쑥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올 들어 역사상 최장 기간에 가까울 정도로 코스피지수의 긴 부진을 이끈 투자 주체는 기관이다. 기관은 올 들어서만 6조 6000억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피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투자가까지 최근 매도 우위로 돌아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16일 하루에만 103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약세장이 펼쳐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이날 코스피에서만 4000억 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기관이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총 6조 6711억 원에 달한다. 기관은 3일부터 이날까지 15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이 매도 우위를 보인 날과 코스피가 하락한 거래일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올해 2조 2576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도 북한이 본격적으로 안보 위협에 나선 12일부터는 3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이날만 1800억 원어치 이상을 내다 팔았다.

기관의 매도 폭탄은 반도체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기관은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3조 2260억 원), 두산로보틱스(2090억 원),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1920억 원), 삼성물산(1880억 원), SK하이닉스(1810억 원) 순으로 많이 팔아치웠다.

코스닥에서도 기관은 같은 기간 29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도 올 들어 2.7% 하락했다. 기관은 이 기간 코스닥에서 엔켐(920억 원), JYP엔터테인먼트(JYP Ent.·750억 원), 레고켐바이오(480억 원), LS머트리얼즈(380억 원), 알테오젠(290억 원) 순으로 많은 순매도액을 기록했다. 외국인도 해당 기간 코스닥에서 123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 동반 매도 공세에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47개, 56개씩 총 103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2655사)의 3.4%에 해당하는 숫자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코스피 종목 중에서는 레고켐바이오 인수 우려로 오리온(271560)의 하락률이 17.5%로 가장 컸고 한국패러랠(168490)(11.1%), 오리온홀딩스(001800)(4.9%), 엔씨소프트(036570)(4.4%), 한온시스템(018880)(4.1%), 영원무역(111770)(3.6%), LG(003550)(2.3%) 순으로 낙폭이 컸다.

지수 약세가 이어지자 증시 전반의 유동성도 빠르게 줄고 있다. 코스피 거래 대금은 13일 13조 6700억 원에서 이날 8조 5080억 원으로 5조 원 이상 감소했고 코스닥 거래 대금도 9일 10조 9950억 원에서 이날 9조 2820억 원으로 1조 70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동과 북한 등 안보 리스크가 부각하는 상황에서 총선 관련 정책 불확실성, 국내 기업 실적 악화까지 증시 악재로 떠오르며 코스피가 당분간 본격적인 강세장으로 돌아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2차전지 등 국내 기업이 연달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도 큰 폭으로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부진의 늪을 헤매는 사이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수익률이 높은 일본 증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2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742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순매수액(83억 원)의 9배에 달했다. 12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액은 5조 1050억 원으로 불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가 장바구니에 담은 일본 증시 업종은 게임·반도체·완성차 업체 등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게임 개발 기업 캡콤(15억 3000만 원)을 비롯해 도쿄일렉트론(13억 9000만 원), 스퀘어에닉스홀딩스(8억 2000만 원), 더블유스코프(7억 6000만 원), 넥슨(6억 9000만 원) 등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투자에 적극 관심을 쏟는 것은 한국과 달리 일본 증시는 올 들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지수는 11일 199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3만 5000포인트를 돌파한 데 이어 15일에는 장중 3만 6000 선까지 넘었다. 닛케이지수는 ‘거품 경제’ 붕괴 전 역사적 고점인 1989년 12월 29일의 3만 8916포인트에 불과 8%가량만 남겨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2일까지 닛케이지수 상승률(6.3%)은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아르헨티나(11.1%)와 튀르키예(6.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반면 코스피는 5.9% 하락해 꼴찌를 기록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일본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 미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 변화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일본 증시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추가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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