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약 해외 연구자들과 같은 분야를 연구했다면 ‘적은 연구 인력으로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까’라며 스트레스를 받았겠죠. 하지만 ‘생체 모사 바이오 전자소자’ 분야를 개척하고 저만의 개성이 나타나도록 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월 수상자인 김태일(47·사진)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학공학을 기반으로 한 고분자 신소재를 활용해 생체 신호 측정은 물론 전자약으로도 활용되는 바이오 전자소자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측정하고 전기 자극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 장치를 뜻한다.
바이오 전자소자를 통한 신호 측정 때 애로 사항은 사람의 움직임 등에 의한 잡음을 없애는 것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전자소자로 구현했다. 거미의 진동 감각기관이 잡음만 없애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잡음을 일으키는 진동수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 소재를 개발했다. 생체 신호 측정 시 뇌파 등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신호만 확보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도 인체 신호를 상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만성질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이상 신호도 잡아낼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잡음을 제거한 전자소자는 바이오 분야뿐 아니라 층간소음 저감 등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하이드로젤 소재는 기존 소재보다 물리적 충격 흡수력이 최소 10배 이상 크다. 충격 흡수 정도가 충격의 진동수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걸음걸이에 해당하는 진동수에 흡수 정도를 최적화시켜 여기에 해당하는 진동소음을 제거하는 식이다. 자동차 혹은 비행기에서 불쾌감을 주는 진동수에 맞게 흡수 정도를 최적화한 인테리어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바이오 전자소자가 능동적 치료의 개념까지 포함하는 전자약과 함께 연동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한다”며 “지속적으로 신호 측정과 약물 투약이 연동되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움직임이 있어도 필터를 통해 측정 오차를 최소화해 머지않아 결실을 볼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한편 그는 “미국 대학은 대학원생 등 지원자가 넘치지만 저희는 상대적으로 연구 인원이 적다”며 “그마저 서울대·KAIST 등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연구 과제 수주와 학생 유치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성대 화학공학부를 나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사 취득 후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와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