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시스템 공천’ 발표 이튿날인 17일 중진 의원들과 만나 공천 룰을 직접 설명했다. 한 위원장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항마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투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현직 당협위원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당내 4~5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는 전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동일 지역구에 출마하는 3선 이상 의원들에게 15%의 경선 감산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천 룰(rule)을 발표한 후 한 위원장이 가진 중진과의 첫 회동이다. 한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경륜 있는 분들로부터 여러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보수당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실천하게 된 취지에 대해 설명했고 ‘굉장히 잘했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공천 룰에 따라 15%의 경선 감산 페널티를 받게 될 일부 중진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중진은 “당직 없는 3선 이상 의원은 다 나가라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다만 “일률적으로 공천 룰에 넣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지만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관망하는 중진 의원들도 있었다. 중진들의 공개적인 의견 표명은 18일 의원총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의 특권 정치, 이재명 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정청래 의원”이라며 정 의원 지역구인 마포을에 김 비대위원이 출마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언은 국민의힘 소속 현직인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현장에 자리한 가운데 나와 당내 공천 불만 여론을 되레 자극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 당협위원장 측은 현장에서 즉각 항의하는 등 장내에서 한때 소란이 일었다. 김 당협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깊은 유감”이라며 “시스템 공천 자체에 상당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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