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46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1년 저금리 환경에서 발행된 회사채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지만 그동안 시장금리가 높아진 만큼 기업들의 차입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경계감 등으로 신용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회사채 차·상환 과정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회사채 만기도래 현황 및 영향 점검’에 따르면 2024년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사상 최대인 46조 5000억 원(기업 221곳)이다. 신용등급별로는 비우량등급의 만기도래 규모가 15조 8000억 원으로 34%를 차지한다. 전체 발행 잔액 대비 비중(17.4%)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은은 우호적인 시장 여건과 양호한 투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시장이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를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 높은 신용 스프레드 수준 등을 봤을 때 회사채 투자 수요가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은행 대출 등 대체 조달 수단을 활용해 상환 자금을 마련할 길도 열려 있다.
다만 회사채 발행 당시보다 금리 수준이 높아진 만큼 차환 발행하거나 상환할 경우 차입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대부분 2019~2021년 발행됐는데 당시 평균 발행금리가 우량물 2.20%, 비우량물 2.60% 안팎 수준이다. 현재 기준금리(3.50%) 수준과 신용 스프레드 등을 감안하면 향후 장기금리가 시장 예상대로 하락하더라도 조달 금리가 과거 저금리 시기보단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 차입비용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비우량물이나 취약업종일수록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비중이 높아 차입비용 증가로 인한 재무 건전성 부담이 크다. 비우량등급 회사채는 전체 잔액의 46.3%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취약업종은 35.6%로 여타 업종(22.1%) 대비 높다. 무엇보다 올해 부동산 PF 등으로 시장의 리스크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라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미매각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저신용·취약업종 기업들이 차입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면 재무 건전성이 추가로 나빠지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며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비우량·취약업종 자금 조달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이로 인한 신용 경계감 확산 가능성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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