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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한화큐셀도 일부공장 폐쇄…'생산거점 재편' 전방위 확산

[군살 빼는 대기업]

◆ LG이노텍 평택공장 가동 중단

LG이노텍 전장부품 가동률 60%

설비 이전 통해 운영 효율화 노려

현대차 울산 단조공장 폐쇄 결정

한화큐셀 음성공장도 운영 중단

생산거점 합치고 비핵심자산 정리

연합뉴스






LG이노텍(011070)이 평택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이전을 결정한 것은 전장 부품 사업에서 차량 모터 사업 경쟁력 강화와 운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그간 부품 업계에서는 LG이노텍 전장 부품 사업의 약점으로 실적에 비해 생산 능력(CAPA) 증설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지난해 3분기까지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 내 모터·센서 공장의 누적 가동률은 61.5%에 그쳤다. 연간 가동률 추이를 봐도 평택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2018년 78.1%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42.1%까지 급락한 후 50~60%에 머물렀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시급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LG이노텍 전장 부품 사업의 영업이익을 수십억 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100억~200억 원 사이로 높지 않다. 전기차 업계에 수요 둔화 그림자가 드리운 점을 고려하면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 거점은 합쳐서 비용을 줄이고 비주력 사업과 비핵심 자산은 과감히 접거나 파는 수순이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고강도 긴축 경영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공장 가동 중단 사례도 여럿 발생했다. 현대차(005380)는 엔진과 변속기 일부 부품을 만드는 울산 단조 공장 2개의 가동을 각각 올해 1월과 10월에 중단하기로 했다. 1991년 해당 공장 가동을 시작한 후 32년 만이다. 한화솔루션(009830) 큐셀 부문도 지난해 11월 업황 악화로 태양광 설비를 만드는 충청북도 음성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전자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005930)가 경영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반도체 사업부 임원들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승진한 부사장에게 지급하는 차량도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에서 준대형 세단 ‘G80’으로 바꿨다. 사장급에서 퇴임한 상근 고문직 50~60명 대다수도 비상근으로 전환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을 언급한 SK그룹은 SK쉴더스와 11번가·콘텐츠웨이브 등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며 매각을 통한 군살 덜기에 한창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해 말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직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도 축소 운영하며 매각 역시 타진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기업 공세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한 배터리와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뚜렷하다. SK온은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있는 배터리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부 직원들에 대해 무급 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내에 있는 임원들의 경우 출장 시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이번 달까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 인력 중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근속 1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3년 연속 영업이익 하락을 겪은 금호석유화학도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인력·자산 구조조정 외에 다양한 비용 절감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지속 가능한 원가 구조 구축을 위해 ‘TOP(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추진 TF’를 신설했다. 이 조직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억 원의 포상금을 걸고 원가 절감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효성그룹은 올해 예산에서 접대성 경비 등 제조·생산 부문과 거리가 있는 지출을 줄이라는 지침을 각 계열사에 전달했다. 실적 부진으로 직원들의 연말·연초 보너스도 대거 삭감됐다. 특히 그간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아온 반도체 업계의 이번 성과급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신사업 위주의 확장 정책을 폈지만 고금리에 글로벌 경기 침체 심화로 한계를 맞았다. 수익성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도 가중됐다. 올해도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생존을 위한 긴축 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204개 기업의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 경영 계획 기조를 ‘긴축 경영’ 또는 ‘현상 유지’라고 답했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대해서도 절반 넘는 기업들이 ‘2025년 이후’라고 응답했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 환경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업들의 우려가 읽히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완제품 사업에서 약한 수요 회복세가 관측되지만 진짜 어려움은 올해부터 시작이라는 위기 의식이 강하다”면서 “여러 업종에서 사업 재편에 따른 매각, 가동 중단, 이전 등의 사례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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