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성장률보다 교역 증가율이 낮아진 가운데 글로벌 분절화 등으로 이러한 흐름이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성장세 약화 등으로 중장기적인 교역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팬데믹 이후 글로벌 성장·교역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세계성장 대비 교역 증가율(교역탄성치)은 1.2로 금융위기 당시 1.6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교역탄성치는 0.3으로 성장에 비해 매우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세계 성장과 교역의 경기 순환은 재화 수요에 따라 좌우된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교역이 성장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가 이후 회복 과정에서 빠르게 반등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팬데믹 이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으나 분절화 심화, 통화 긴축, 서비스 중심 회복 등이 겹치면서 회복 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중 무역 갈등에 이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분절화 움직임이 심화하면서 세계 교역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과거 경제위기와 달리 공급망 차질에 따른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서 교역을 위축시켰다. 국제유가와 달러화 동조화 현상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제조업 생산과 교역이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팬데믹 특성상 대면과 비대면 수요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상품과 서비스 수요 간 대체 관계도 나타났다. 2022년 리오프닝 이후 세계 경제가 주로 서비스 부문의 회복으로 성장하면서 교역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난 건 이러한 영향이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세계 교역과 관련한 세 가지 요인 가운데 글로벌 통화긴축과 재화 서비스 선호 충격 영향이 줄면서 올해는 완만한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글로벌 분절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중동정세 불안, 중국 경제지표 부진 등을 감안하면 올해 교역 신장률 전망치 3.5%는 2007~2018년 장기 평균 3.8%보다 낮을 수 있다.
중기 시계에서도 세계 교역은 대체로 세계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성장세 약화, 글로벌 분절화 지속 등이 세계 교역에 구조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 환경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며 “향후 우리 경제 수출 경쟁력과 성장 경로는 글로벌 분절화 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함께 기술혁신, 친환경 경제로의 이행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