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유력 예비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산업·기술 정책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을 지낸 이정동 서울대 공학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산업 정책은 중국 견제와 일자리 해결을 위해 변화 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러스트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지역)의 일자리 문제 등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중국을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산업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안보와 가치 이슈가 겹쳐 있어 중국 견제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술이 안보 경제 가치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기술이 미치는 파급효과가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국제표준이 만들어지면 표준에 맞춰 국제 협력을 해왔던 방식도 사라지고 있다. 이 교수는 “생산에서 두 체제가 분할하면서 기술 체계도 나뉘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 없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를 들자면 정보통신 인프라 기술에서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기술 세계와 서구를 중심으로 한 기술 세계가 탄생하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선택지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GPS)를 많이 얘기하는데 결국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국은 개방경제를 유지하면서 이해를 달리하는 국가들과 모두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해 실질적으로 가능한 방안이냐는 질문에는 “기업과 국가의 레토릭(수사)은 달라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는 표명하면서도 기업 활동에 있어서는 여러 국가와 개방된 협력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국가의 외교적 레토릭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 활용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폐쇄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상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사고하는 개방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프랑스가 공동투자해 만든 ‘아이멕(IMEC)’을 예로 들었다. 그는 “70여 개 국가와 600여 개 기업, 208개 대학이 협력 관계를 만들어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소를 만들었다”며 “(국가·기업·대학이 모여드는 데는) 글로벌 수준의 물리적 인프라와 혁신 생태계로서의 이점이 있어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혁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자동차를 고민해야 할 때인데 마차에 말 한 마리로 안 되니 열 마리를 붙이자는 식”이라며 “이제는 추격형 경제의 성공 방정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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