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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없애면 살림살이 나아지나요?[양철민의 아알못]

10년 시행된 단통법, 총선 앞두고 폐지

단통법시행 전후 이통사 영업익 차이없어

보조금 못받던 이용자… 요금할인 혜택↑

'호갱' 만들던 정보 비대칭성도 완화

3사 독과점 여전…요금인하 효과 물음표

단통법에 '올인'했던 과기정통부 위상↓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 폐지는 국민에게는 이득이고, 이통사에게는 악재일까.

우선 주가를 보면 단통법 폐지에 따른 이통사의 이해득실은 불분명하다. 이미 일주일전부터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통3사의 주가는 해당기간 횡보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보조금 경쟁이 격화될 경우 자금 여력이 가장 부족한 LG유플러스의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오히려 0.41% 올랐다. 주가만 놓고 봤을 때 시장은 단통법 폐지가 이통사에 ‘악재’가 아니라고 판단 중인 셈이다.

판매장려금 줄였지만…약정할인으로 매출도 감소


이통사 재무제표에는 단통법 시행에 따른 이익이 명확히 드러날까. 최근 10년간 이통사 재무제표를 보면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들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그만큼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다만 이통사들은 단말기 구입 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통신요금 25% 약정할인 제도 도입 등으로 비용 절감 효과 대부분이 상쇄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KT의 판매촉진비 및 판매수수료는 단통법이 첫 시행된 2014년 2조6289억원에서 이듬해 1조8565억원으로 30% 이상 줄었다. 이는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의 판매수수료는 2014년 2조1160억원에서 이듬해 1조353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판매수수료와 여타 수수료를 합쳐 ‘지급수수료’ 항목으로 공시하는 SK텔레콤 또한 2014년 해당 금액이 5조6926억원이었지만 이듬해 5조2069억원으로 줄었다. 단통법 시행으로 1년새 이통3사가 판매수수료로 지출한 금액이 합산기준 2조원 가까이 줄었던 셈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문제는 이 같은 판매수수료가 2015년부터 다시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KT의 판매촉진비 및 판매수수료는 2조3539억원이며 LG유플러스의 2022년 판매수수료는 2조1173억원이다. 양사 모두 판매수수료가 단통법 시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국내 이통시장의 성장이 정체 상태인데다, 5G요금제로의 전환도 이미 포화상태라 보조금을 기반으로 서로의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진행중인 셈이다.

특히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약정할인 관련 통신요금 감액분이 2017년 25%로 상향된 것과 관련된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통사들은 약정할인율이 5%포인트 상향되며 최소 수백억에서 최대 수천억원의 매출 감소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은 2017년 매출 17조5200억원, 영업이익 1조5366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에는 매출 16조8739억원, 영업이익 1조2017억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줄었다. LG유플러스 또한 2017년 매출 12조2793억원, 영업이익 8262억원에서 2018년 매출 12조1250억원, 영업이익 730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수치로만 보면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 비용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덩달아 감소한 셈이다.

단통법으로 이통사 이익 2배? “정부가 입맛대로 통계활용”


그렇다면 단통법 덕분으로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늘었을까.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2014년도 이통3사의 영업이익을 보면 1조6000억원이었는데 2020년도 영업이익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단통법 제정 목적이었던 가계 통신요금 인하, 통신 서비스 증진 등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통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기저효과’ 및 일회성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통계 왜곡에 가깝다. 2014년은 KT가 대규모 희망퇴직 등의 영향으로 29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례적 사업연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2014년 당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조8251억원,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5763억원에 달했다.



‘갤럭시S3’를 17만원만 주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이른바 ‘보조금 대란’이 있었던 2012년의 이통사 영업이익을 보면 단통법과 이통사 영업이익 증가 간의 연결고리는 더욱 불명확해진다. 2012년 당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조7300억원, KT영업이익은 1조2092억원, LG유플러스 영업이익은 1267억원이었다. 3사 영업이익 합산액이 3조원 이상이었던 셈이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기준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조2486억원으로 2014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8862억원으로 2014년 대비 50% 가량 늘었다. 단통법 시행이 이통사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는 정부 분석의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이게 다 단통법 때문이다’라는 식의 정책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인(왼쪽)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히려 이통사 영업이익은 향후 우하향할 가능성이 높다. KT를 시작으로 이통 3사가 올해 3만원대 5G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인데다, 지난해 내놓은 5G 중간 요금제 등도 이익 감소 요인이다. 여기에 2018년말 798만명 수준이던 알뜰폰 가입자가 지난해 11월 1560만명으로 5년여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또한 시장 파이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통 3사에게 좋지 못한 신호다.

특히 통신요금 보다는 스마트폰 가격이 몇년새 가파르게 인상된 것이 가계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잘못된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오진을 내렸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통신요금에 포함된 준조세까지 포함하면 통신 이통사 입장에서 요금 인하여력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파사용료 명목으로 가입자당 분기별 2000원씩의 요금을 징수하며, 특정 주파수 대역 이용대가인 전파사용료 또한 매년 수천억원 수준이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해 전용회선료 및 전파사용료 2684억원을, 2021년 주파수 재할당 명목으로 주파수별로 2272억원(800Mhz)·5478억원(1.8GHz)·4117억원(2.1GHz)을 각각 지출하기도 했다.

총선용 포퓰리즘에…10년만에 뒤집힌 통신정책


오히려 시장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커져, 관련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 우려한다.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이 상대적으로 고가에 단말기를 구입하는 형태의 피해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서는 스마트폰 구입 경험 등에 따라 소비자별 반응이 다르다. 스마트폰 가격에 민감한 층에서는 단통법 시행으로 ‘모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게됐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 홈페이지나 쿠팡과 같은 대형 유통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급제폰 구입 후 약정할인이나 알뜰폰을 이용하는 이들은 ‘단통법 시행으로 값싼 스마트폰 구매를 위한 손품·발품’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고 어느정도 해당 제도를 지지한다.

특히 대통령실이 총선을 앞두고 섣부르게 단통법을 폐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통법이 시행된 후 10년 가량이 지난만큼 이미 제도가 어느정도 착근한데다, 무분별한 보조금 살포 경쟁이 사라지는 등 순기능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높은 영업이익은 통신망 구축 등에 따른 높은 초기 진입비용에 따른 ‘과점’의 결과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통사 5개의 경쟁 체제였지만 신세기통신(017)은 SK텔레콤에, 한솔텔레콤(018)은 KT에 각각 인수되면서 과점체제가 고착화 됐다. 시장 경쟁에 따라 일종의 ‘자연 독과점’ 체제가 20년 넘게 지속된 만큼 제4이동통신사 출범과 같은 전략이 효과를 내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해 이통사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은데다 알뜰폰이나 중국산 휴대전화 등 요금 인하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안이 많은 만큼 ‘포퓰리즘’적 통신정책 보다 지속가능한 통신정책 수립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지난 10년동안 단통법 설계 및 순기능 홍보를 위해 쏟았던 노력을 감안하면, 해당 정책이 충분히 논의 없이 너무 갑작스레 폐기수순을 밟게 됐다”며 “이통사가 단말기를 대량 구매해 소비자에 팔던 방식에서, 소비자가 자급제폰을 구입해 자체 설계한 요금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단통법 폐지는 최근 시장변화와도 맞지 않는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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