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에 타거나 습기에 젖어 못 쓰게 된 돈이 4억 8385만 장으로 1년 만에 17.2%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경제활동이 늘면서 화폐 사용이 증가한 데다 2009년 최초 발행된 ‘5만원권’의 유통수명이 끝나가면서 화폐가 손상된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은 2023년 중 폐기한 손상화폐가 4억 8385만 장으로 전년(4억 1268만 장) 대비 7117만 장(17.2%)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액 기준으로는 2조 6414억 원에서 3조 8803억 원으로 46.9% 늘었다. 고액권을 중심으로 화폐 손상이 늘어난 셈이다. 한은은 환수된 화폐 가운데 훼손 오염 등으로 통용하기 적합지 않은 화폐는 폐기 처리한다.
지난해 폐기된 물량을 낱장으로 이어붙이면 6만 2872km로 에베레스트산(8849m) 16배, 롯데월드타워(555m) 253배 높이다. 은행권 폐기량은 4억 2732만 장으로 전체 손상 화폐의 55.6%가 1만원권(2억 3775만 장)이다. 1000원권이 1억 4369만 장으로 33.6%, 5만원권이 2493만 장으로 5.8%, 5000원권이 2095만 장으로 4.9% 등을 차지했다. 주화폐기량은 5653만 장으로 100원화가 전체 60%를 차지했다.
손상화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 상거래가 회복하면서 화폐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화폐 환수금액도 늘었다. 지난해 5만원권 발행 대비 환수율은 67.1%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009년 6월 최초 발행된 5만원권 유통수명이 점차 끝나면서 손상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에 따르면 5만원권의 유통수명은 181개월(15년 1개월)이다. 초기 발행물량을 중심으로 손상권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나 습기로 인한 대규모 손상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이모씨는 자택 화재로 은행권 1910만 원을 교환했다. 전남에 사는 홍모씨도 땅속에 묻었다가 습기로 부패된 은행권 1547만 5000원을 한은에서 바꿨다. 광주에서도 연못에서 수거한 손상주화 339만 1000원을 바꾼 사례가 등장했다.
한은은 화재 등으로 은행권이 손상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남은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 금액의 전액을, 5분의 2에서 4분의 3 미만이면 액면 금액의 절반으로 교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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