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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멈추고 금통위·집행부 대폭 변화…‘이창용 전반기’의 마무리 [조지원의 BOK리포트]

상반기 정기 인사로 대대적 변화 예고

임기 전반기 물가·위기 대응 바빴는데

후반기는 금리 인하 시점·구조개혁 고민

금리 정책 전환하고 금통위 구성 변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11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6일 단행된 한국은행 상반기 정기 인사는 사실상 이창용 총재의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후반기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성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2022년 8월 금리를 처음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통화정책 실무를 맡고 밑그림을 그렸던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등이 자연스럽게 퇴장하고 1970년대생 젊은 국장들이 주요 부서에 전면 배치됐다.

특히 최창호 조사국장이 통화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창용 총재가 2년 동안 조직을 충분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색깔을 본격적으로 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직전 외부 출신이었던 김중수 전 총재가 단행했던 파격적 발탁인사는 배제했다. 한은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나름의 묘수를 던진 것이다.

한은 부서장 인사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이나 금통위 구성 측면에서도 전환기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이달 초 열린 올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향후 3개월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금리 인상을 연 3.50%에서 마무리하고 인하 시점을 고민하는 시기가 됐다. 오는 4월이 되면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외부 금통위원 5명 중 3명이 바뀐다. 한은 전반적으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색채가 옅어지는 상황이다.

마침 이창용 총재의 4년 임기도 절반이 가까워진다. 2022년 4월 취임한 이창용 총재의 임기 전반기는 고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맞춰 금리를 올리기 바빴던 동시에 레고랜드 사태·새마을금고 뱅크런 등 불안을 해소하는 등 위기 대응 성격이 강했다.

향후 이창용 총재의 임기 후반기는 금리 인하로의 정책 전환과 함께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막기 위한 구조개혁 방안 마련 등 중장기적인 과제를 풀어가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그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느라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여러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한국은행이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연합뉴스


◇이창용 2년차 정기 인사에 직원 관심 고조

이달 11일 금리 결정이 끝난 후 2주 동안 한은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상반기 정기 인사였다. 이창용 총재가 임기 2년 차로 접어든 만큼 본인의 색깔을 내는 인사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 고위급 인사들도 놀랄 수 있다며 깜짝 인사를 예고했다. 과거 김중수 전 총재도 임기 2년 차부터 파격적인 발탁인사를 통한 인사실험을 시작했다. 팀장을 맡아왔던 2급 직원들을 1급 직원들이 맡았던 주요 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일부 인사에 대한 고속 승진과 발탁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총재의 인사실험은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직원 간 갈등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고 연공서열을 파괴한 인사를 제자리로 돌리기까지 10년이 소요됐다고 한다. 특히 당시 부총재였던 이주열 전 총재는 2012년 퇴임하는 자리에서 “지난 2년간 우리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쓴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이창용 총재는 당시와 같은 혼란에 대한 우려를 잘 아는 듯하다. 이번 상반기 인사 내역을 살펴보면 과거처럼 2급 팀장급 인사를 주요 부서장으로 임명하는 등 무리한 발탁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창용(왼쪽부터) 총재, 김웅 부총재보, 최창호 조사국장 등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창호 국장 인사에 전 직원 술렁

그러나 최창호 조사국장을 통화정책국장으로 보직 이동한 것은 충분히 놀랄만한 인사다. 조사국과 통화정책국은 한은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핵심 부서로 꼽힌다. 조사국은 국내외 경제 동향 분석과 경제를 예측하는 부서고, 통화정책국은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하고 기획하는 부서다. 조사국의 경제전망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통화정책국이 정책 설계를 하는 만큼 협력이 중요하지만 두 부서 간 벽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역할이 다른 만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주요 경력 대부분을 조사국에서 보낸 최창호 국장이 통화정책국장으로 발표된 직후 한은 전체가 술렁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무자급에선 두 부서 간 인사이동이 이뤄졌으나 팀장급이나 국장급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조사국장이 정책국장을 맡은 사례가 2005년 이주열 전 총재 이후 19년 만이다. 최창호 국장이 조사국을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최창호 조사국장이 통화정책국장이 됐다는 건 두 핵심 부서 간 벽을 허물라는 의미가 강하다. 한은은 인사 자료에서 “핵심업무인 통화정책과 경제전망 부서 간 융합 인사를 본격화함으로써 유기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국 힘을 빼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할 때는 인상 논거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통화정책국 역할이 중요하지만 관리 모드로 전환하면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2022년 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4월이면 조윤제·서영경 위원도 떠나

오는 4월이면 금통위 구성도 크게 바뀐다. 2020년 4월 취임해 4년 동안 금통위를 지켰던 조윤제·서영경 위원이 동시에 교체된다. 조윤제·서영경 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초기와 말기에 주요 순간마다 각각 인상 소수의견을 내면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모습을 보였다.

서영경 위원은 2021년 10월 임지원 위원과 함께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2021년 8월 첫 금리 인상을 시작하자마자 다음 회의에서 연속 인상을 주장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 차례 쉬면서 파급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이를 깨뜨린 것이다. 이후 금통위는 7연속 금리 인상이라는 기록적인 긴축 행보를 보인다.

조윤제 금융통화위원이 지난해 6월 7일 행내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은 유튜브 캡쳐


조윤제 위원은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2023년 2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75%로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기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을 3.50%로 할지, 3.75%로 높일지 정하는 변곡점에서 긴축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조윤제 위원은 취임 당시부터 총재급 금통위원으로 불렸으나 협의체로써 금통위 역할을 강조하며 개별 의견을 내는 데 신중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1월 금통위에서도 조윤제 위원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유보분 9조 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긴축 기조와 상반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재차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 기준금리 결정이 아닌 금통위 의결 사안과 관련해 실명을 내걸고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윤제·서영경 위원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경제수석으로 떠난 박춘섭 전 금통위원의 후속 인사가 늦어질수록 금통위 변화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박춘섭 경제수석이 금통위를 떠난 이후 두 달 넘게 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나 후속 인사와 관련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과거 금통위원 3~4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사태를 막겠다며 2018년 한은법을 개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따라서 오는 4월 이후 금통위 변화에도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매파로 분류되는 금통위원 2명이 동시에 빠지는 만큼 전반적인 금통위 성격이 완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완화적인 인사들도 금통위가 채워지면 향후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총재가 1월 간담회에서 “6개월 내 금리 인하 쉽지 않다”고 하면서 사견임을 강조한 것도 금통위 구성이 바뀌면 정책 전환 속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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