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은행 판매 중단까지 시사한 것은 손실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물면 올 상반기 손실액만 5조~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품은 통상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홍콩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 ELS 판매사 검사를 마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ELS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2월 중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가 끝나면 좀 더 자세한 내용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실제 은행의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판매 창구 자체가 막힐 경우 은행들 비이자이익의 핵심인 신탁업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국 안팎에서는 판매는 허용하되 원금 손실을 현재보다 크게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전면 중단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과도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업권 간 벽을 허물어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하는 것이 대세인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투자 상품은 이익이 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는데 손실이 발생했다고 상품 자체를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충분한 설명 없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책임지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판매 중단은) 너무 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등에 대한 판매 가이드라인 등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한편 금융 당국 수장들은 이날 정무위원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 관련 질의에 대해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관련 질의에 “지방은 미분양인 경우 세제 혜택을 주거나 해서 PF 사업 자체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게 하나의 축이고, 금융에서는 85조 원의 자금을 갖고 유동성이 돌아가면 제대로 될 수 있는 사업장은 정상화하고 문제가 있는 곳은 재구조화로 유도해나가는 게 연착륙 노력”이라고 답했다. 이 원장 역시 “원칙 있게 PF를 정리하면 질서 있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PF를 정리한 후에는 “금융위와 부총리 주재 회의 등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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