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익법인 규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가혹해 정상적인 기업 승계를 막고 있다는 경제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메타(옛 페이스북), 포드처럼 재단을 활용해 대를 이어 성장하는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공익법인 법제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경협이 최승재 세종대 법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됐다.
한경협은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상속 및 증여세법이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 상증세법은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는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반드시 증여세를 물도록 강제하고 있다. 지분율 20~50%까지 한 푼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지나치게 가혹한 세금 체계다. 공익법인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 역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적용하는 규제다. 특히 국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중소·중견기업 역시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60%)에 이어 공익법인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정상적 승계가 사실상 차단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만 해도 이재용 회장 다음 대에는 기업 상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무거운 상속세가 기업가치의 상승을 막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공익법인의 규제를 개선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승계를 막는 과도한 상속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와 별도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정부 내부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상속세율을 낮추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거의 매년 벌어지는 선거와 국민 감정 등을 고려하면 국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며 “기업 승계와 관련된 공익법인 규제를 완화하되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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