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중국 주식을 대거 내다 파는 가운데 유독 전기차와 배터리 종목만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BYD(비야디)가 최근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판매 전기차 업체로 등극하자 중국 증시가 침체한 와중에도 관련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추격 매수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29일까지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에서 중국 주식을 총 949만 2105달러(약 126억 원) 순매도하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회사 CATL(닝더스다이)과 BYD는 각각 120만 7302달러(약 17억 원), 108만 1494달러(약 1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나란히 올해 국내 투자자의 중국 주식 순매수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투자자들이 매집하고 있는 10대 종목 안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업체 선전이노밴스, 전기차 엔진 회사인 장시특수전기모터 등도 포함돼 있다.
중학개미의 이런 매수 양상은 지난해와는 상당히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 매수 1위 종목은 마오타이 술 제조사인 구이저우마오타이, 2위에 올랐던 종목은 제약 기업 우시앱텍(야오밍캉더)이었다. 하지만 올해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순매수 순위 전체 31위로, 우시앱텍은 5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반면 올해 순매수 2위 기업인 BYD는 지난해 국내 투자자 순매수 금액 50위 안에도 못 들었던 종목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세계 판매량이 주춤한 사이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적극 확대하는 점에 투자자들이 주목한 결과로 보고 있다. BYD는 지난해 4분기 세계 순수 전기차 판매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BYD의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91만 1000대)보다 73% 증가한 1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BYD가 올해에는 연간으로도 테슬라의 판매량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올해 부동산 위기 등으로 중국 경제의 거시 환경 자체가 불안하다는 점에서 특정 산업군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기차 관련 업종은 미중 기술 패권 싸움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실제 CATL과 BYD의 주가는 올 들어 29일까지 9.95%, 9.88%씩 하락했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각종 경제지표, 춘제(중국 설) 이후 소비심리 회복, 증시 수급, 주요 기업의 실적 등을 더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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