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기 재정 건전성 지표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산출하는 고위험군 기준치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복지와 지출 구조만 유지해도 향후 정부 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미래 세대가 부담을 떠안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다음 달 1일부터 서울대에서 개최되는 ‘2024 경제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EC는 역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단기(S0)와 중기(S1), 장기(S2) 등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S2는 2070년께의 상황을 보는 장기 지표다. 지금의 제도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재정적자를 메우고 현시점의 정부 부채를 모두 갚기 위해 필요한 조세 부담을 미래 시점의 부가가치(GDP 총액)로 나눈 것이다. 숫자가 클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의미다.
전 교수가 S2 지표를 이용해 분석한 한국의 S2는 2022년 기준 13.3%로 EC가 설정한 고위험군 기준(6%)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한국의 장기 재정 건전성이 EC가 보는 레드라인을 크게 뛰어넘은 셈이다. 유럽연합(EU) 평균은 2.7%에 불과했다. 영국과 미국은 8% 수준이다. 전 교수는 “S2에서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에 각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부담해야 할 조세를 추계한 결과 지금의 재정정책은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현재 정부 부채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아직 확장적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동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의 시기에 진입한 만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원스톱 정책 지원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인력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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