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일본의 주가 저평가 개선 정책을 따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 못지 않게 우려도 적지 않다. 규제·세제 개혁 등 기업 활력을 높일 근본적 개선책에 집중하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기업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4월 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상장사에 주가 상승 개선안 제출과 시행을 요구한 후 9개월 뒤인 1월 28일 기준 닛케이225지수는 24.8% 상승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나스닥(28.2%)을 제외하고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PBR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2023년 3분기 45.8%로 2022년 4분기(50.6%) 대비 4.8%포인트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증시의 고공 행진에 따른 원인을 꼼꼼히 따져보면 단순 주가 부양 정책이 증시를 끌어올린 건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조 연구원은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게 사실”이라면서 “엔저 현상, 전 세계 공급망 재편에 따른 일본 제조업 부활, 중국 이탈 자금의 일본 유입 등이 큰 역할을 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지만 자칫 중국과 커플링된 국내 경제, 과도한 상속세 등에 따른 상장사의 주가 외면 등 우리 증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외국인투자가 사이에서는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 효과를 본 저PBR 개선 정책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자사주 매입 소각,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칠 세제 혜택 등 요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