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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철 KDI 원장 "과도한 서민·中企 지원, 민간부채 문제 키워"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

금리 상승기 일반 가계대출 20조 줄 때

공적 지원 대출은 오히려 13조 원 늘어

저출생·고령화, 정부부채에 더 큰 영향

'서민·중소기업' 정의에 대해 고민 필요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지난해 5월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민간부채보다 정부부채가 더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지나친 서민·중소기업 금융 지원이 우리나라 가계·기업부채 확대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1일 KDI에 따르면 조 원장은 2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조 연설문을 발표한다.

조 원장은 연설문에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보다 극적으로 나타날 장기 시계에서 바라볼 때 가계·기업의 민간부채보다 정부부채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가 민간부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며 “반면 정부부채는 인구구조 변화에 결정적으로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과다한 민간부채 문제는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될 수 있는 이슈”라며 “과도한 정부부채는 극단적인 경우 국가의 주권 문제로 비화될 여지도 있어 민간부채 문제보다 잠재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전하게 관리해왔던 정부의 재정이 큰 밑받침이 되었던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한 나라의 정부가 파산하는 경우가 ‘나라가 망한다’는 의미에 보다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가계·기업부채 기여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우선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배경으로 “급속히 확대된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을 꼽았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정책모기지 등 공적지원 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에서 2022년 18%대로 확대됐다.

조 원장은 “2022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반 가계대출은 20조 원 가량 감소한 반면 공적지원 대출은 여전히 13조 원 증가했다”며 “공공기관의 보증 확대는 금융시장 전반의 중장기적인 효율성 저하와 부채의 과잉 팽창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기업부채도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그 배경에는 여타 선진국을 압도할 정도로 광범위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중소기업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에 대한 금융지원은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보다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계대출 공적 지원은 ‘서민 보호’, 기업대출 정책은 ‘중소기업 배려’라는 명분에서 확대돼왔는데 이 같은 온정주의적 기조가 오히려 민간부채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원장은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사실을 들어 정부의 미래 부채 부담을 늘리는 데에 대해 관용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서도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재정에 대해 그리 낙관적 생각을 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KDI 내부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50년에 100%를 상회하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만일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고 그 부족분을 정부부채로 충당하기 시작한다면, 2070년경에는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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