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연금 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이 수십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1일 한국국제경제학회와 KDI에 따르면 조 원장은 2일 ‘한국의 부채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대에서 열리는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 원장은 “일각에서는 한국의 정부 부채비율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사실을 들어 정부의 미래 부채 부담을 늘리는 데 관용적인 자세를 견지하지만 (저출생·고령화에) 낙관적 생각을 할 수만은 없다”며 “KDI 내부 추산에 의하면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하면 2070년께 정부 부채비율이 250% 이상으로 급등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2023년 3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비율은 48.9%다.
그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가계·기업부채에 영향을 끼쳤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배경으로 “급속히 확대된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을 꼽았다. 실제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정책 모기지 등 공적 지원 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에서 2022년 18%대로 확대됐다.
조 원장은 “2022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반 가계대출은 20조 원가량 감소한 반면 공적 지원 대출은 여전히 13조 원 증가했다”며 “공공기관의 보증 확대는 금융시장 전반의 중장기적인 효율성 저하와 부채의 과잉 팽창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부채 문제의 원인도 여타 선진국을 압도할 정도로 광범위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여건을 볼 때 금리정책과 환율 정책은 사용이 제약돼 경기 및 물가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며 “재정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나 재정 건전성 악화 및 재정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경제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기업 환경은 성장에 불리한 규제가 많다”며 “기업 성장을 유도하는 유인 체계가 장착된 정책 패키지 조합을 고안하고 정책의 비일관성 및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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