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크게 따돌리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프리미엄(고급형) 제품 선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비싼 아이폰이 인기를 누리며 전체 스마트폰 매출의 절반을 가져갔다.
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 기준 5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6%로 2위를 기록했고 샤오미(7%), 오포(6%), 비보(4%) 등 중국 제조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2018년 점유율은 애플이 38%, 삼성전자가 18%로 양사 격차가 20%포인트(P)였지만 지난해에는 34%P까지 벌어진 것이다. 애플은 본토인 미국에서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한 것은 물론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급성장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출하량은 1000만 대, 출하량 점유율로는 6.6%를 넘어섰다.
애플은 매출뿐 아니라 출하량에서도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비싼 아이폰을 파는 애플은 매출에서, 비교적 저렴한 ‘갤럭시A’ 시리즈로 승부보는 삼성전자는 출하량에서 각자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출하량 점유율마저 애플(20%)이 삼성전자(19%)를 추월했다. 판매단가가 높은 아이폰이 판매량마저 더 많으니 삼성 갤럭시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게 당연했다.
이 같은 아이폰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프리미엄(고급형) 제품 선호에 힘입은 것이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며 가격을 중시하는 중저가폰 소비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해 수요가 줄었고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프리미엄폰의 판매 비중은 커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 폴더블폰, 생성형 인공지능(AI)폰 같은 프리미엄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8% 늘어난 반면 중저가폰은 두자리수 감소했다고 전했다. 600달러(약 80만 원) 이상 제품의 출하량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중저가폰 인기가 높았던 신흥국 시장 판도도 재편하는 모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인도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삼성전자가 출하량 1위를 거머쥐었지만 애플 역시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돌파하며 점유율을 넓히기 시작했다.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1억 5200만 대인데 그 중 삼성전자가 18%인 약 2700만 대이고 애플은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온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출시한 ‘갤럭시S24’ 등 프리미엄폰과 프리미엄 매장 확대로 인도 시장 전략을 바꾸는 중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날 지난해 4분기(자체 회계연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한 697억 달러(약 92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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