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을 압박한 끝에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가계통신비 인하에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처럼 공시지원금을 2배로 올려도 가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에 비해 불리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과 KT도 조만간 갤럭시S24의 공시지원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유플러스는 2일 갤럭시S24의 공시지원금을 최고 22만 원 올렸다. 월 4만~13만 원짜리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기준으로 19만 4000원~45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15% 추가지원금을 합치면 약 22만~52만 원의 할인을 가입자가 받을 수 있다. 국내 5G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소비량인 28GB에 대응하는 6만 1000원짜리 요금제(31GB)는 약 29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시지원금이 늘어도 여전히 선택약정할인의 혜택을 넘어서지 못한다. 가입자는 기기값을 할인해주는 공시지원금이나 매달 요금을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같은 요금제 기준으로 갤럭시S24의 선택약정할인은 28만~78만 원 규모다.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의 합보다 20~50% 많다.
게다가 공시지원금은 신제품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데, 갤럭시S24처럼 스마트폰이 점점 고급화하면서 소비자의 신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이에 선택약정할인이 점점 더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 선택약정을 1년 단위로 갱신함으로써 위약금 부담을 줄이는 사전예약제도 시행한다.
과기정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6월 선택약정 가입자는 2600만 명이었다. 같은 달 ‘고객용 휴대폰’ 가입자는 5600만 명, 이 중 알뜰폰(MVNO) 800만 명과 3사 다이렉트(온라인) 등 무약정 유심요금제 가입자를 제외하면 선택약정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추산된다.
방통위가 통신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인다고 해도 공시지원금 혜택이 선택약정할인을 넘어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통신사들부터가 선택약정할인을 공시지원금보다 선호해, 갤럭시S24 이전부터 선택약정할인이 더 유리하도록 설계해왔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은 월 요금에 비례해 할인 혜택이 늘어나므로 가입자를 고가 요금제로 끌어들이기 더 유리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공시지원금 역시 비싼 요금제를 쓸수록 어느 정도 늘어나지만 요금에 따른 상승폭이 더 완만해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불리하다. 일례로 LG유플러스의 13만 원짜리 5G 요금제 가입자는 4만 7000원짜리 요금제 가입자에 비해 월 요금이 2.77배 비싸지만 갤럭시24의 공시지원금 차이는 2.32배에 불과하다.
수익성 관리에도 선택약정할인이 더 유리하다는 통신업계의 속내가 전해진다. 통신사에게 공시지원금은 ‘마케팅 비용’으로 잡힌다. 가입자에게 공시지원금을 주면 매출의 일부가 비용으로 발생해 영업이익률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반면 선택약정할인은 처음부터 25% 줄어든 매출을 걷는 것으로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어차피 같은 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면 회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지키고 매출을 희생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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