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사진) 미국 상무부 장관이 2달 내에 칩스법(Chips Act·반도체 지원법)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거액의 투자를 집행했으나 약속된 보조금을 못 받고 있던 삼성전자(005930)에게 호재가 될 전망이다.
5일(현지 시간) 러몬도 장관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기업들과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6~8주 안에 몇가지 발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2달 안에 칩스법 지원금이 제공될 수 있다는 신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3월 내로 칩스법 보조금 공고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주무부처인 상무부 장관이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법이다.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한 기업에 총 530억 달러(약 70조 원)의 보조금과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앞다퉈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공장 건설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TSMC 투자액은 각각 173억 달러, 4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미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현재까지 칩스법 보조금 지급 대상은 2곳으로 대형 반도체 업체는 포함되지 않았다. 액수도 소액에 불과하다. 이에 삼성전자와 TSMC는 당초 올해 말로 계획하던 공장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미루기도 했다. 미국 기업인 인텔조차 200억 달러를 들인 오하이오 파운드리 건설 일정이 늘어지는 형편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미 상무부 발표에서 최소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이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보조금이 공평히 지급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러몬도 장관은 “납세자 투자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TSMC는 지원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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