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와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간 끌어왔던 7주 간의 HMM 매각 논의가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7년 만에 국적선사의 새 주인을 찾으려던 6조4000억 원의 초대형 딜이 깨져 버렸다. 하림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상실하게 됐고, HMM은 당분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협상 종료 시점인 이날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에 실패했다. 매각 측은 지난해 12월 18일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협으로 선정하고 5주 간 협상을 했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기간을 2주 연장했음에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다.
매각 측의 강한 반대에 하림이 대부분의 제시안을 철회하면서 SPA 초안에 가닥이 잡혔지만 막판에는 JKL파트너스의 존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하림은 매각 측이 제시한 ‘5년 간 주식 보유 조건’에 대해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는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FI의 특성을 감안해 주주간계약서(SHA)에서 JKL은 빼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하림은 JKL을 아예 컨소시엄에서 빼는 방안까지 고려했으나 이마저도 자금 조달 능력을 의심한 매각 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매각측은 HMM을 국적 선사로 운영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말의 양보도 없었다. 익명의 관계자는 “양측은 HMM의 중장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시 HMM의 매각 작업을 하게 되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매각측도 부담이 적지 않다. 해운 경기가 악화되고 있어 재매각에 나선다면 매각가가 낮아질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2016년 출자 전환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HMM의 최대주주가 됐다. HMM의 선복량은 2023년 12월 기준 약 78만TEU로 글로벌 해운시장 점유율 2.8%, 전체 8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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