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같은 과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관세율을 기본세율보다 낮게 적용하는 할당관세를 적용받은 수입 업체들이 세금 인하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정부가 업체들의 도소매 납품 가격을 강제로 볼 수는 없지만 과일값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8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1~3월에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비교적 싼값에 과일을 들여온 수입 업체들에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실제 작업은 4월에 이뤄진다. 정부는 품목별로 할당관세 적용을 받아 관세가 사라지거나 낮아진 만큼 업체들이 납품 원가를 실제로 낮췄는지 보고 그 실적에 따라 추후 할당관세 적용 물량을 더 늘려줄 계획이다.
정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1월부터 수입 과일 21종의 관세를 면제·인하했다. 바나나·망고·자몽 등 관세는 기존 30%에서 0%로 면제되고 50%였던 오렌지 관세는 10%로 낮아졌다. 할당관세 인하가 적용된 물량은 총 30만 톤으로 정부는 이 중 약 20%를 인센티브 물량으로 미리 확보해둔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3월에는 과일을 조기에 들여와 신속히 시장에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4월부터는 그동안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유통되는 과일 중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수입이 금지된 사과와 배지만 수입 과일은 이들 품목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입 과일 가격이 안정되면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과일값 안정은 정부 차원의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KBS와의 대담에서 “사과를 비롯한 과일들은 물가 관리가 어려워 비축 물량을 시장에 많이 풀고 수입 과일 관세를 인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과의 경우 당분간 공급을 늘리기가 어렵다. 치료제가 없어 ‘과일의 에이즈’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의 지난해 국내 발생 건수는 총 234건으로 그중 사과 농가 발생 건수와 면적은 162건, 70㏊였다. 올해는 전년보다 총건수는 4.5% 줄었지만 사과 농가 발생 건수와 면적은 각각 24.6%, 36.9% 증가했다. 올해는 겨울 평균기온이 높아 병균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과수화상병이 발견되는 지역도 점점 늘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사과와 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해외 병해충이 유입될 수 있어 수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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