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의 최고 성능 버전인 ‘울트라’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의 LLM ‘GPT-4’와 본격적인 초거대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 나선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기반으로 모바일 AI 시장을 장악하려는 구글은 제미나이 울트라에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더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임으로써 GPT-4와 MS 코파일럿과의 구독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초거대 AI 경쟁에서 ‘MS·오픈AI 연합군’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글이 지금껏 구축한 강력한 모바일·클라우드 생태계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다.
8일(현지 시간) 구글은 ‘제미나이 울트라 1.0’을 공개하고 이날부터 미국 내 PC·모바일 서비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와 함께 챗봇 ‘바드’와 AI 작업 도우미 ‘듀엣 AI’, 스마트폰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등 파편화 돼 있던 AI 서비스 명칭을 ‘제미나이’로 통합한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는 매일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부터 개발자와 기업의 혁신을 돕는 플랫폼까지 모든 생태계를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구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초거대 AI 제미나이의 최상위 버전이다. 구글은 당시 엣지(온디바이스) AI를 겨냥한 소형 모델 ‘나노’와 구글 챗봇 바드에 즉각 적용된 ‘프로’ 등 2종만을 공개한 후 올 상반기 중 울트라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었다.
제미나이 울트라의 경쟁 상대는 오픈AI의 GPT-4와 이를 바탕으로 한 MS 코파일럿이다. 구글은 제미나이 울트라 성능이 GPT-4를 앞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미나이 울트라는 대규모 다목적 언어이해(MMLU) 테스트에서 90점을 기록해 역대 최초로 인간 전문가 수준인 89.8%를 넘어섰다. GPT-4는 동일 테스트에서 86.4%를 기록한 바 있다.
모바일 생태계 또한 구글이 MS·오픈AI를 앞서는 지점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물론 iOS에도 제미나이를 선보인다. MS도 코파일럿 모바일 앱을 출시한 바 있으나 단순한 챗봇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자체 개발한다는 강점을 내세워 밀도 높은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기존 음성 비서를 불러오듯 제미나이를 사용할 수 있다”며 “챗봇 외에도 알람 설정, 앱 실행 종료 등 전화기의 기본 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울트라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계해 가성비를 높였다. 제미나이는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울트라가 적용된 ‘어드밴스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 19.99달러를 내야 한다. 구독료 자체는 GPT-4·코파일럿의 20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구글은 클라우드 2TB(테라바이트)와 무료 사진 백업 등을 제공하는 기존 구독상품 ‘구글 원’을 결합해 제공한다. 다만 당장은 코파일럿과 같은 오피스 AI 작업 보조 기능이 담기지 않았다. 구글은 조만간 지메일·워크스페이스에서 사용 가능한 작업 보조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영어 외 한국어·일본어 등 지원은 다음주부터 이뤄진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오픈AI·MS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지배력이 낮은 MS가 구글의 반격에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차세대 AI인 ‘GPT-5’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은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