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SSBT)이 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영국 런던 현지 영업시간에 맞춰 한국 금융사와 원/달러 외환 거래에 성공했다.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진행된 시범 거래였다. 런던과 같은 금융중심지의 영업 시간에 원화를 거래할 수 있게 해 외국인 자금 유입을 활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정부가 내걸고 있는 ‘밸류업’에 맞춰 외환 제도도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영국 런던을 찾았다. 외환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우선 김 차관은 5일 UBS, 모건 스탠리, JPM 등 런던에 소재한 글로벌 금융사 10곳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1분기 중 외환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설명회에서 글로벌 투자사들이 “다양한 외환 거래 상대방과 다양한 시간대에 환전하려면 환전 대금의 결제 실패 위험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을 수용한 결과다. 기재부는 관련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과 정책협의를 거쳐 2월 중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6일 김 차관은 SSBT 은행을 방문해 외환시장 구조 개선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SSBT 은행은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위한 등록 절차를 가장 먼저 완료한 외국 금융사다. SSBT는 이날 김 차관이 참관 하에 사상 최초로 런던 현지 영업시간 중 원/달러 거래에 성공했다.
김 차관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성공을 위해 영국 런던 소재 금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뒤 “우리 외환시장 제1호 RFI(Registered Foriegn Institution, 등록 외국기관)인 SSBT의 관심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금융중심지 런던에서 ‘원화거래 네트워크’가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는 7월께 정식으로 런던 현지 시간 외환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김 차관은 제도 구축 과정에 외국 금융사의 불편이 없도록 관련 기관과 면밀히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런던 현지 연장거래를 전후해 국내 9개 금융회사 역시 상호간 연장시간대 시범 운영 거래를 마쳤다. 현재까지 15개 이상의 외국 금융사들이 RFI 등록 신청 의사를 밝혔고 이 중 CA-CIB파리, HSBC싱가포르, MUFG도쿄, SSBT런던, SSBT홍콩 등 5곳은 등록 절차를 마쳤다.
한편 김 차관은 런던 방문을 계기로 6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재난대응특별기금(CRFS) 등과 참여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영국·유럽과의 투자·개발 협력을 강화했다. CRFS는 지난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의 후속조치로 만들어진 기금이다. 이번에 체결한 LOI 내용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정부는 총 5000만 달러를 신규 출연하게 된다. 이는 기금 출연국 중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CRFS에 출연하면 기금 내 한국 계정을 개설해 중점 지원 분야를 설정할 수 있고 사업 발굴 내역을 상시 보고받을 수 있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관은 7일 영국 과학기술혁신부와 ‘한-영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추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KSP는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이나 경제협력국과 공유하는 사업이다. 이번 MOU는 주요7개국(G7) 중 첫 KSP 협력 사례다.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영국과 디지털·핵심기술 분야 표준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김 차관은 영국 기업통상부의 로드 존슨 투자담당 부장관과 면담한 뒤 양국간 상호 투자 확대를 위해 ‘한-영 투자협력대화’ 신설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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