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야심 차게 마련한 첫 파운드리 포럼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참석 소식을 알렸다. 인텔이 본격적인 파운드리 복귀를 선언하는 특별한 행사에 미국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정책을 이끄는 주요 인사들이 한데 모여 지원사격에 나선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MS·오픈AI·인텔의 ‘윈텔(윈도+인텔)’ 연합 부활을 선포하는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파격적인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지원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13일(현지 시간) 인텔에 따르면 이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IFS(인텔파운드리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2024’에 올트먼·나델라 CEO와 러몬도 장관이 참석을 확정했다. 1월 말 올트먼 CEO 참석이 결정된 데 이어 10여 일 만에 ‘판’이 확 커진 셈이다.
다이렉트 커넥트는 인텔이 여는 첫 파운드리 관련 행사다. 인텔은 행사 직후 파운드리 회계를 분리하고 본격적인 수주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취지에 맞게 참석 업체의 면면도 화려하다. 최근 주가가 폭등 중인 암(ARM)의 르네 하스 CEO와 대만 2위 파운드리 UMC의 제이슨 왕 회장, 시놉시스 창업자인 아트 드 지오스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브로드컴·미디어텍·케이던스·지멘스 등에서도 최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판을 제대로 키웠다”고 짚었다.
반도체 업계는 초거대 인공지능(AI) 혁명을 이끌어온 오픈AI와 그 투자사인 MS CEO가 나란히 인텔을 찾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올트먼 CEO는 AI 반도체 공급망 개선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지속적인 AI 개발을 위해 반도체 공급난 해결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트먼 CEO는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최대 7조 달러(약 9355조 원)에 달하는 자금 모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사와의 만남도 활발하다. 지난달 TSMC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를 잇따라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텔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픈AI의 ‘뒷배’인 MS의 나델라 CEO는 최근 CNBC에 출연해 “오픈AI와 함께 인텔과 MS의 파트너십을 되풀이(replicate)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1990년대부터 PC 산업을 이끌어오다가 최근 몇 년 새 소원해진 ‘윈텔 파트너십’을 부활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MS·오픈AI와 인텔이 이번 행사를 통해 파운드리·AI 가속기 관련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러몬도 장관의 참석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는 반도체지원법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인텔은 반도체지원법에 기대 파운드리 시장에 복귀했고 최대 수혜 기업으로 전망됐으나 아직까지 보조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5일 러몬도 장관이 조만간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얼마 안 돼 대표적인 지급 대상 기업인 인텔을 찾게 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지원법이 사실상 인텔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 인텔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텔과의 불꽃 튀는 파운드리 경쟁이 불가피한 삼성전자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MS와 오픈AI라는 대형 고객사가 인텔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미 정부의 반도체 정책을 총괄하는 러몬도 장관의 참석은 노골적인 ‘자국 파운드리 밀어주기’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테일러에 173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건설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당초 2024년 말로 계획했던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도 2025년 중으로 미뤄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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