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상조업체인 프리드라이프 매각 본입찰이 다음 달 초 진행된다. 국내 중견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VIG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중소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 4~5곳이 프리드라이프 매각 예비입찰을 거쳐 본실사 단계에 있다. 매각 측은 3월 중 본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58%에 마스턴파트너스, TS인베스트먼트 등에 분산된 지분까지 포함, 개인 주주 지분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의결권 100%에 가깝다. 매각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이다. 시장에서는 매각가로 1조5000억 원 안팎이 거론된다.
국내 중견기업들이 프리드라이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경기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현금창출력이 높은 신사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현금 유동성이 높은 업종이어서 인수금융을 조성하기도 유리하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지 않더라도 고령화 사회에 자산운용 기능까지 성장성이 커 중견 기업들은 신사업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조산업 가입자는 지난해 3월 기준 833만 명이고, 선수금은 8조3890억 원에 이른다. 선수금은 상조회원 가입자가 계약 약관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납입한 금액으로 상조회사 등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프리드라이프의 선수금은 약 2조 원으로 전체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람상조그룹, 대명스테이션, 교원라이프 등의 2~4위권과는 다소 격차가 있다. 회원 수도 200만 명을 넘어섰다.
통상 상조 회사들은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 이하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한다. 고객 보험료를 운용하는 보험사와 유사한 구조다. 프리드라이프는 약 75%는 채권, 나머지 25%는 대체투자, 주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는 상조업 4개사를 모두 통합해 장례사업, 웨딩, 실버케어 등 토탈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도약했고, 매출액은 2000억 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좋은라이프를 시작으로, 2017년 중견상조회사인 금강문화허브와 모던종합상조를 연이어 인수한 뒤 이들 기업을 프리드라이프(2020년 2600억 원에 인수)에 합병하는 ‘볼트온(기업 인수 뒤 유사업체를 연이어 인수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회사 가치 상승)’ 전략으로 덩치를 키웠다. 투자금액이 4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1조 원 가량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중견기업의 경우 1조 원 중반대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인수금융 및 FI와의 협업이 관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업종에 비해 독특한 사업모델로 인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인수 희망자와 매각측의 시각이 엇갈리기도 한다. 2~3년전 일부 인수 후보자들이 프리드라이프에 관심을 보였으나 가격 등의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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