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된 중고차 가격이 3년 새 45%가량 급등했다. 최근 치솟고 있는 신차 가격이 가장 큰 이유다. 업계에서는 판매되는 중고차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완성차 업계가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중고차 평균 취득가는 2020년 111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1300만 원, 2022년 1475만 원, 2023년 1483만 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고차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평균 16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과 3년 만에 중고차 평균 가격이 500만 원가량 상승한 것으로 수년 내에 2000만 원을 넘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고차 값을 견인한 것은 높은 신차 가격이다. 승용차 평균 가격은 2020년 3984만 원에서 2021년 4444만 원, 2022년 4806만 원, 지난해 4922만 원으로 지속적으로 올랐다. 올해에는 5000만 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최근 수입차와 전기차 등의 판매 둔화가 치솟는 판매가를 억제했다. 수입차는 최근 판매 수량이 감소하며 총 판매 금액이 전년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 신차가 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고 이에 따라 중고차 가격도 높아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는 중고차 값을 높이는 여러 유인들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의 해외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중고차 평균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다. 과거와는 달리 값싸지만 오래된 연식의 차량은 빠르게 수출되는 추세다. 한국 중고차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판매 전까지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수출 플랫폼 오토위니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수출된 중고차는 63만 8000여 대에 달한다. 40만 4000만 대 수준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58%가량 상승했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가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판매에 나섰다. 비록 100일간 1057대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인증 중고차가 가격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자동차 시장 전체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 중고차 가격도 우상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고차 가격이 정찰제가 아닌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중고차별 가격대가 합리적인지 더욱 꼼꼼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