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업 체감 경기는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는 여전히 냉기가 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건설업 체감 경기는 11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져 소비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07억 2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감소했다. 다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9.9% 늘었다. 이 기간 조업 일수는 13일로 설 연휴가 1월이었던 지난해(15.5일)보다 2.5일 적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가 39.1% 늘었다. 이는 1∼20일 기준 2021년 8월(39.1%)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도체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석 달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도 순항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한 62억 1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만에 역대 1월 최고치 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1월 한 달간 해외로 수출된 자동차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늘어난 24만 5255대를 나타냈다. 이는 2015년 1월(24만 8000대)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치다.
이 같은 수출 호조세에도 소비 침체 등으로 기업 체감 경기는 냉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업황 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68로 나타나 1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하던 2020년 9월(64) 이후 최저치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을 경우 지수가 100 이하를 나타낸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건설업이다. 비제조업 업황 실적 BSI 중 건설업은 51로 1월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2013년 1월(49) 이후 1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고 개발 사업이 대거 지연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업 체감 경기의 부진은 소비 침체의 장기화 등 내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업은 직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전후방 산업에 주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건설업과 관련해 “부동산 PF 사태로 인해 자금 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