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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만 쳐다볼 수 없다” …빅테크, 삼성에 잇단 'AI반도체' 러브콜 [저커버그 10년만에 방한]

■삼성 반도체 다시 뛴다-<하>AI동맹 린치핀으로

엔비디아 AI칩 시장 80% 독점에

빅테크기업들 '반도체 우군' 절실

기술력 앞선 삼성과 동맹 잇따라

국내외 기업 AI기술 협업도 기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를 빼고는 최첨단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미세 공정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우군으로 둬야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기술 개발을 넘어 이를 위한 첨단 반도체 칩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초미세공정 단위에서 칩 생산(파운드리)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메모리 제품, 패키징까지 모두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열풍에 메타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 지능에 가깝거나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오픈AI처럼 메타 또한 자체 AI 칩 생산을 시도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대만 TSMC를 빼면 최첨단 AI를 위한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뿐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AGI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 35만 개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내 총 60만 개의 GPU를 확보해 개발 중인 생성형 AI 라마3의 차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칩의 비싼 가격과 물량 확보 문제는 AI 개발을 늦추는 이유로 꼽혔다.



이에 메타를 비롯한 구글·오픈AI 등 생성형 AI 개발사들은 칩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만 의존하다가는 생성형 AI 기술 개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당 3000만 원이 넘는 엔비디아의 GPU에만 의존하면 AI를 개발하거나 고도화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맞춤형 칩을 설계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까지 염두해 두는 이유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만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자체 칩 생산망 구축을 위 7조 달러(약 9300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다만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과 최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빅테크 기업들이 당장 자체적으로 새로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AI 기업들은 당분간 TSMC와 삼성전자 등 초미세 공정 단위에서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CEO 방한 일정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만남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능력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메타와 삼성전자 간 가상현실(VR) 및 혼합현실(MR) 기기 개발 논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메타는 VR 시장에 매년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관련 분야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VR·AR 기술을 개발하는 메타의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3분기 37억 달러(약 4조 8359억 원)의 손실을 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메타는 MR 헤드셋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애플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퀄컴·구글과 확장현실(XR)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관련 시장에서의 협업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저커버그 CEO가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해 ‘측면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AI 반도체 수요에 비해 삼성전자의 수급 능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선점하는 게 급선무다. 일각에서는 저커버그 CEO가 국내 투자 방안 등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저커버그 CEO를 접견하면 2주 만에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속 만남을 갖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와 만나 K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만남이 국내 정보통신(IT) 기업들과 글로벌 빅테크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기술이 급부상하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국내외 빅테크 간 AI 기술 개발 협업이나 국내 벤처 투자 등을 윤 대통령이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윤 대통령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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