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4분기 소매 판매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민간 소비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 중심의 수출 회복 흐름 덕에 광공업 생산은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반도체 산업이 밀집한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제조업 생산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26일 이같은 내용의 ‘2023년 4/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활동 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점·면세점의 매출이 악화되면서 2023년 4분기 전국 소매 판매는 전년동분기 대비 2.4% 하락했다. 17개 시·도 중 11곳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내수 부진 흐름이 이어졌다.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전남(-7.3%)이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5.0%)과 경기(-5.7%) 지역도 5%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3.4%)는 세종(2.7%)과 제주(2.7%)를 제외한 전 지역이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수출과 제조업 생산에서는 경기 회복의 실마리가 포착됐다. 2023년 4분기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5.8% 늘면서 광공업 생산(4.2%) 역시 덩달아 증가했다. 앞서 광공업 생산(1분기 -9.7%, 2분기 -7.6%, 3분기 -2.0%)과 수출(1분기 -12.8%, 2분기 -12.0%, 3분기 -9.7%)은 2023년 1~3분기 내내 부진했다. 수출과 제조업 생산 동향은 경기 선행지표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 동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은 “반도체·전자부품·금속 분야 생산이 늘어나면서 전체 광공업생산이 증가했다”며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승용차, 선박 등에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복세가 반도체 등 일부 산업분야에 집중된 탓에 지역별 편차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공업 생산이 늘어난 곳은 17개 시·도 중 4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인천(1.0%), 충북(1.1%), 전남(2.1%) 등은 1~2%대 성장에 그쳤다. 다만 반도체 산업이 밀집한 경기 지역의 광공업생산은 전년동분기 대비 11.4% 급증했다. 경기도의 독주가 전체 산업생산 지표를 끌어올린 셈이다.
수출 역시 지역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경기(20.4%)를 비롯해 경남(31.7%), 제주(29.0%)의 수출은 대폭 늘어난 반면 부산(-4.9%), 대구(-13.4%), 광주(-7.3%) 등 7개 시·도에서는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전북의 경우 수출이 19.3%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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