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계 큰손인 중국인과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늘면서 글로벌 명품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올들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금리 인하를 앞두고 명품 소비가 시장 기대를 웃돌며 꾸준한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기준 ‘삼성KODEX유럽명품10 STOXX’ ETF은 최근 1개월새 17.78% 상승했다. 이는 전체 ETF 중 3위로 상위 5개 상품 중 은행과 증권, 자동차 등 저PBR·고배당 관련주가 아닌 상품으로는 유일하다. 연초 이후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기대감에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로 쏠린 가운데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럭셔리 ETF를 선보인 NH-아문디운용의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 ETF 역시 최근 1개월새 11.59% 상승해 지난해 하반기에 내줬던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이처럼 글로벌 럭셔리 ETF들이 올들어 두드러진 상승세를 탄 이유는 유럽 명품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웃돈 영향이다. 루이비통과 디올, 셀린느 등 유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명품 대장주이자 유럽 시가총액 2위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최근 지난해 매출이 861억 5000만 유로(약 124조 원)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며 시장 기대치에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적발표 이후 하룻새 LVMH 주가는 12.8% 급등했다.
LVMH를 시작으로 다른 유럽 명품기업들도 속속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까르띠에를 보유한 리치몬트 그룹은 실적발표 후 10.4% 급등했고 에르메스(4.8%)와 페라리(8.9%), 구찌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 그룹(4.9%) 모두 예상을 웃돈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상승했다. 이에 유럽에 상장된 명품 브랜드 기업 중 에르메스와 LVMH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을 담고 있는 ‘STOXX EUROPE LUXURY 10 지수’는 지난 23일 3870.56으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명품의 큰 손으로 떠오르며 이들을 겨냥한 브랜딩 전략에 성공한 태피스트리(tapestry)의 주가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패션브랜드 코치(Coach) 모회사인 태피스트리는 매장수를 줄여 중저가 아울렛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했고 Z세대 특성에 맞는 친환경 정책을 도입한 결과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억 8400만 달러(약 2조 7700억 원)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여기에 마이클 코어스, 베르사체 등을 보유한 명품 기업 카프리(Capri Holdings)와의 연말 합병을 앞두고 있어 태피스트리 주가는 올들어서만 27%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글로벌 럭셔리 ETF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올해는 금리인하와 거시 환경 개선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으로 명품 관련주에도 우호적 환경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인의 장거리 아웃바운드 여행 본격화는 럭셔리 테마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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