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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 시한 'D-2'…의협 전현직 간부 '첫 고발'한 정부

"의료법 위반·업무방해 혐의"

■이번주 의료대란 분수령

현장 인력들 극심한 피로 시달려

공공병원도 "이대론 지속 불가능"

의료계 달래며 설득 나선 정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대란’ 국면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경찰에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을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다. 복지부는 인터넷상에 선동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도 함께 고발했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가 방해받았다는 게 고발의 이유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 ‘최후통첩’을 날린 정부의 행정·사법처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17개 광역시·도 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 개혁에 대해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향해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 없이 직역의 이해관계를 내세워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미루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시장과 도지사들에게 중앙정부와의 협력으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자고 당부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29일까지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아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지금 이런 과업을 회피한다면 추후에 더 많은 부담과 더 큰 조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수술 건수 반토막…"턱밑까지 찼다" 번아웃 호소


2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




정부의 “29일까지 복귀하라”는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이어지며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건수가 평상시 대비 50%가량 감소, 반토막 난 것으로 27일 공식 확인됐다. 그동안 일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지연이나 축소 사실이 전해졌지만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수술 건수 하락을 공식 집계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줄어든 수술 환자가 중등증(경증과 중증의 중간) 환자나 경증 환자라며 아직 상급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전공의들의 공백을 9일째 메우고 있는 현장 인력들은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번아웃(탈진)’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벼랑 끝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 주 50개 수련병원을 점검해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을 확인하고 다음 달부터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조속히 입법화하겠다는 당근도 내놓았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6일 19시 기준 99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가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일 기준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국의 비상 진료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중증 환자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집단행동 이후 15개 상급종합병원의 신규 환자 입원과 수술은 각각 24%, 50% 감소했고 이들은 모두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공의가 맡던 상급병원의 중증 수술·의료 업무를 기존 인력이 떠안으며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고 상급병원의 외래 업무를 일부 맡고 있는 공공병원에서도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날 정부는 의료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왔던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법안의 핵심은 필수의료 업무 의료인이 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경우 기존 형법의 징벌 조항을 뛰어넘는 ‘슈퍼 면책권’을 신설·적용하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필수의료 인력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환자가 원치 않으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다. 또 의료진이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응급 환자에 대한 의료 행위, 중증 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 행위와 관련해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했더라도 공소 제기를 할 할 수 없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특례는 의료인이 ‘한국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은 해외에 존재하지 않는 입법 사례”라며 “정책적으로 보호막을 설정해주지 않으면 이제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이 더 이상 남지 않는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2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조속히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과 논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박 차관은 “정부는 전공의 여러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달라”고 다시 한 번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의료진 면책권 추진에…환자단체는 반발


한시적으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2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수의료 분야 의사의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는 특례법 추진으로 일각에서는 환자의 피해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응급·중증질환·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환자 사망 사고를 냈더라도 의료진이 보상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형을 감면받을 수 있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의 형사처벌 부담을 크게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환자 단체 등에서는 반발이 예상된다. 지금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동시에 제기한다. 형사소송을 위해 경찰 등의 조사가 들어가면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이뤄지고 환자는 이를 민사소송에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사고에 따른 상해에 공소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면 민사소송에서도 환자의 입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 단체에서는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을 환자가 지도록 하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특례법에 ‘중재조정 절차’를 도입해 환자의 입증 책임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고 강조했다. 특례법은 한국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료사고에 관한 소송 승소율이 굉장히 낮아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길이 없던 환자들은 특례법에 따라 (의료진이)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피해에 대해 100% 전액 보상을 받는 구조”라며 “의료진은 배·보상 체계에 가입해 법적 보호를 받음으로써 환자와 의사 모두 ‘윈윈’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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