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산란계협회가 발표하는 계란의 희망 가격 대신에 실거래 가격이 기준가격으로 사용된다. 불투명한 거래 가격으로 산란계 농가와 유통 업체 간 분쟁이 커지자 공시제를 전격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7월부터 계란의 권역별 산지 거래 가격 공시 창구를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계란의 실제 거래 가격 중심으로 기준가격을 제시할 방침이다.
정부가 계란 가격 공시 체제 개편에 나선 것은 가격 산정 및 유통 체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산란계 농가와 유통 업체는 산란계협회가 발표하는 권역별 산지 거래 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거래 가격은 실거래 가격이 아니라 향후 계란 수급 상황이나 전망치 등을 반영한 일종의 ‘희망 가격’이다. 배추·사과 등 농축수산물은 실제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데 유일하게 계란만 미래 추정 가격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깜깜이 계란 거래’로 인해 산란계 농가와 유통 업체 간 분쟁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계란은 첫 단계에서 월 단위 사후 정산 등 속칭 ‘후장기 거래’ 방식으로 유통된다. 유통 업체가 일종의 외상으로 계란을 납품받은 뒤 30~45일 뒤 농가에 각종 할인을 붙여 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란계 농가에서는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산란계 농가의 한 관계자는 “유통 업체에서 물건을 가져간 뒤 한 달 뒤에 불량이 많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후려치려 한다”며 “기준가격을 실제 거래 가격으로 삼아 제때 정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유통 초기 단계부터 산란계 농가와 유통 업체의 실거래량과 가격 등을 전국 시도별로 매일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계란의 산지 가격을 정확히 공표할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됐다”며 “유통 업체가 후장기 거래 방식을 이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깎는 관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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