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대기업 건설사들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에 따른 위기감 속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선제 지원에 나서는 차원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는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6000억 원 규모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추진 중이다. CDO는 금융사의 대출채권,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번 CDO 발행에는 KB증권을 주관사로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캐피탈, KB저축은행 등이 투자자로 참여할 전망이다. 3월 말 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건설, 현대건설 등 주요 대기업 건설사들이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 건설사가 아닌 여러 건설사가 갖고 있는 채권을 담보로 해서 유동화 하는 것”이라며 “자금을 앞당겨 주는 의미”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해 3월에도 CDO 발행을 통해 5000억 원 가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은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한 수도권 일대 부동산 사업장의 3~6개월 만기 단기 브릿지대출을 1년 만기의 시장금리 수준 브릿지대출로 차환하는 데 사용됐다.
시중은행들은 여력이 있는 대기업 건설사에 대해 개별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올해 들어 국민은행에서 3100억 원을, 이번 주에 신한은행으로부터 1500억 원을 차입해 숨통을 틔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GS건설의 경우 올해 돌아오는 1조 원 가량은 그룹 자체적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며 “일부 자금지원으로 우발채무만 정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S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약 3조1746억 원으로, 외주사업 중 1조3938억 원이 미착공 또는 분양미개시 현장과 관련돼있다. 특히 올해 분기별로 5000억~6000억 원의 차환이 예정된 점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다만 2조 원의 현금성자산과 영업실적을 감안하면 PF우발채무 대응은 문제 없어 보인다는 것이 신평사의 분석이다. 또 GS건설의은 오는 4월16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도 상환해야 하는 데 차환발행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금융권의 지원 덕에 대기업 건설사의 유동성은 나아진 상태다. 롯데건설도 최근 시중은행, 증권업계가 함께 2조 3000억 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를 조성했다. 이 외에 신세계건설은 트리니티클럽 등 레저사업 부문을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해 현금 1820억 원을 매입했고, KCC건설은 서울 잠원동 사옥을 담보로 625억 원의 담보부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반면 손실 흡수력이 낮은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 부실 위험이 집중된 점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은 맞으나 현재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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