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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세권'이 불러온 유통 혁명…쿠팡, 이마트 제치고 업계 1위로

쿠팡 13년만에 작년 첫 영업 흑자

매출 31.8조·영업이익 6170억

물류혁명 주도…이마트 등 제쳐


쿠팡이 지난해 실적 기준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 업계 1위에 올랐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6조 원 이상을 물류망 구축에 쏟아부으며 전국에 ‘로켓배송’을 실시해 업계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결과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쿠팡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쿠팡은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매출액 31조 829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1위 오프라인 유통 강자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29조 4722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6174억 원을 올리며 다른 유통사들을 압도했다. 2022년 3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 흑자로 돌아선 후 흑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첫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이마트(-469억 원), 롯데쇼핑(5084억 원), 현대백화점(3035억 원)을 모두 앞선 수치다. 특히 ‘스노볼’ 효과로 향후 이익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이마트마저 제치고 국내 유통 ‘왕좌’에 오른 데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유통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주일 동안 필요한 물품을 메모지에 적어뒀다가 주말에 마트에 가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던 것에서 그때그때 휴대폰으로 바로 주문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바꿔놓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등 외부 환경의 변화도 쿠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오프라인 마트의 매출이 정체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쿠팡의 실제 이용자 수(활성 고객 수)와 매출액이 거침없이 증가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일군 유통 혁명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활성 고객은 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쿠팡의 이용자 수는 2100만 명으로 전년 동기(1811만 명) 대비 16% 증가했다. 분기별 이용자 수 성장률도 지난해 1분기 5%, 2분기 10%, 3분기 15% 등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다. 고객 1인당 매출도 지난해 4분기 41만 16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 수(이용자 수)와 고객 1인당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쿠팡은 실적 발표 때마다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통적인 유통 강자로 꼽히는 이마트 매출을 누른 쿠팡은 현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매출 합산액마저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이마트 매출액은 29조 4722억 원, 신세계백화점은 6조 3570억 원으로 두 회사의 매출 합산액은 35조 8292억 원이다.





쿠팡이 새로운 유통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데는 ‘와우’ 멤버십도 역할을 했다. 와우는 월 4990원의 가격으로 △무료 로켓배송 △30일 무료 반품 △로켓프레시 상품 무료 배송 △와우 전용 할인가 △쿠팡플레이 콘텐츠 무료 시청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2021년 900만 명이었던 와우 가입자 수는 2022년 1100만 명, 2023년 1400만 명으로 늘어났다. 국민 4명 중 1명이 와우 회원인 셈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멤버십에 가입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 주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와우 혜택을 보는 이용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쿠팡은 와우 회원에게 3조 9162억 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했다”며 “쿠팡의 매출과 활성 고객, 와우 회원의 성장은 다양한 제품의 가격 및 서비스에 대해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려는 노력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로켓배송 지역을 확대한 것도 쿠팡이 유통 지도를 바꾸는 데 힘을 실었다. 쿠팡은 6조 2000억 원을 물류망 구축에 투입,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뜻하는 ‘쿠세권(쿠팡+역세권)’을 전국 260개 시•군•구 가운데 182개(70%)까지 늘렸다.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 30개 지역 100여 곳으로 연면적은 2022년 기준 축구장 500개 규모인 112만 평에 이른다.

특히 쿠팡이 2010년 창립 후 2022년까지 무려 13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물류센터 구축 등에 투자를 지속하며 과감하게 베팅한 것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여 년간 누적 적자가 6조 원을 넘자 시장에서는 ‘쿠팡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지만 쿠팡은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는 유통 패러다임 혁명과 와우 멤버십 경쟁력 제고와 맞물리면서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 효과’로 이어지며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

김 의장은 “규모 있고 지속적인 잉여 현금 흐름은 하루 아침에, 심지어 몇 분기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쿠팡은 설립 초기부터 근본적으로 ‘새로운 역량(new competency)’을 만드는 이니셔티브에 도전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역량 이니셔티브인 로켓배송의 성공과 방대한 기술, 프로세스•지식 등을 통해 이니셔티브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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