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맥주, 막걸리로 삼분돼 있던 주류시장에 프리미엄 증류주와 RTD(Ready To Drink·하이볼 칵테일 등을 쉽게 마실 수 있게 상품화한 것) 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류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정KPMG는 29일 ‘요동치는 주류 시장, 기업의 돌파구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주류 기업은 수출 활성화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되 소비자들의 주류 취향 파편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종 카테고리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2년 국내 주류 출고액은 10조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2.9% 성장했다. 특히 위스키와 증류식 소주 등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주종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주류 출고량에서 수입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9%에서 2022년 10.2%로 6.3%포인트(p) 확대됐다.
주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음주 시에도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무알코올과 저알코올을 뜻하는 ‘NoLo(무알코올·저알코올)’ 트렌드가 확산함에 따라 이전과 전혀 다른 음용 패턴이 관찰된다는 분석이다. 제로슈거(Zero Sugar) 소주, 무알코올(Non-Alcohol) 맥주, 저칼로리 발포주 등이 대표적 예다. 아울러 최근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져 경쟁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는 국내 주류 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 활성화 등으로 외연 확장 기회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국내 주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중산층 및 음주 가능 인구가 확대되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 내 현지 브랜드를 인수해 지역 매출을 확대해갈 것을 권했다.
이와 함께 포트폴리오 재점검을 통해 주종 카테고리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소주·맥주 등 핵심 주종에서 제품 라인업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동시에 위스키나 사케, 코냑 등 프리미엄 수입 주류 브랜드와 계약을 체결하며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혁신 양조기술을 보유한 소규모 양조장·증류소에 파트너십 혹은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호 삼정KPMG 부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보다 빠르게 안정적으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국내 주류 제조업체라면 단순 해외 수출을 통한 판로 확대 외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한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에 생산시설을 직접 구축하는 그린필드(Greenfield)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자사의 진출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투자 방식을 전략적으로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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