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지분율 6.93%·2023년 기준)이 KT&G의 방경만 수석부사장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6.31%)에 쏠려 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KT&G 지분을 일부 매각해 3대 주주로 내려오면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꿨다. 수탁자 책임 강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3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민연금은 KT·포스코홀딩스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 잇따라 목소리를 내왔다. KT&G의 의결권 있는 주식 85% 중 외국인 지분율은 42%다. 국민연금이 차기 사장 후보자 선임 안건에 대해 의사를 표명한다면 외국인투자가들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18년 백복인 현 사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기업은행이 반대했지만 당시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중립 의결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기권했고 외국인 주주들은 백 사장 쪽으로 기울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참고하는 ISS·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KT&G는 최근 지배구조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어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기관투자가 및 기타 일반 주주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KT·포스코홀딩스와 달리 KT&G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상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9일 “기준과 원칙에 따른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모두 백 사장 재임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들로 채워져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침묵하는 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논란이 있는 사외이사가 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적격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방 수석부사장은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KT&G 지분 약 1%(KT&G는 0.5% 보유 주장)를 소유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도 국민연금에 KT&G 대표 선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방 수석부사장이 사내이사 및 수석부사장을 맡은 2021년부터 회사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KT&G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기도 했지만 영업이익은 2020년 1조 4732억 원에서 지난해 1조 1679억 원으로 20.7% 감소했다. 다만 KT&G는 “실적 감소는 착시 및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FCP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특히 FCP는 28일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번 KT&G 사안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도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발맞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과 한 몸처럼 움직일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기업은행의 차기 사장 반대, 국민연금의 결정 등에 따라 ‘관치’ 논란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KT&G 노조의 경우 “내부 인사가 차기 사장이 돼야 한다”며 방 수석부사장의 사장 선임을 원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밸류업과는 별개로 총선을 앞둔 시점인 것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자체적으로 이번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도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사측은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를 추천한 반면 기업은행은 판사 출신인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올렸다. 또 FCP는 펀드 대표인 이상현 씨를 추천했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최근 3년간 매년 최대 매출액을 경신해오고 있다”며 “특히 해외궐련(글로벌CC), 궐련형 전자담배(NGP), 건강기능식품 등 3대 핵심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해당 기간에 20%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인베스터데이·밸류데이 등을 통해 회사의 주요 경영 현황과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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