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공지능(AI)에 국내 기업들의 미래를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까. AI가 내놓은 정답은 결국 AI였다. AI 적응에 성공하는 기업에게는 디지털전환(DX)이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게는 생존을 가를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시총 100대 기업의 경영메시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생성형 AI인 챗GPT를 활용해 국내 기업들이 발표한 경영 메시지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챗GPT는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을 우리 기업의 기회이자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AI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현재의 경쟁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한편, 기업 인프라와 고객 서비스 등에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챗GPT가 꼽은 또 다른 기회요인은 △탄소중립 기조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였고 리스크 요인으로는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고물가·고환율·고유가의 3고(高) 현상을 꼽았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업종에서는 '고성능 반도체의 시장 수요 증가'가 기회 요인으로 제시됐다. AI 성장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처리속도가 높은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반도체 업종의 위험요인으로는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인한 비용증가 등이 제시됐다.
이차전지에서는 신기술의 개발 및 고도화가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니켈의 비중을 높여 성능을 향상시킨 하이니켈 배터리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조선업에서는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 등을 연료로 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를, 금융업에서는 디지털·비대면 채녈 확대 등이 기회 요인으로 제시됐다.
이번 조사는 대한상의에서 챗GPT를 활용해 기업 경영환경을 분석한 첫 사례다. 미국 리치먼드 연준이 과거 연준의 발표문을 챗GPT에 입력한 뒤 금리정책 기조를 판단하게 한 결과 실제 전문가의 판단과 거의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은 AI를 경제분석과 전망에 활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