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상장회사의 무분별한 물적 분할에 제동을 걸자 지난해 해당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 미흡 사례를 참고해 다음 달 물적 분할 공시 서식을 다시 한 번 보완하기로 했다.
6일 금감원은 지난해 상장사의 물적 분할 추진 건수가 16건으로 2022년(35건)보다 45.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30건, 2019년 37건, 2020년 49건, 2021년 46건보다도 한참 적은 수치다.
물적 분할은 기존 기업의 핵심 사업부를 신설 회사로 떼어내 100% 자회사 형식으로 독립시키는 분할 방식이다. 분할 전 회사의 모든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신설 회사의 주식도 직접 소유하는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 대상 기업 주주는 새 회사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물적 분할 신설 법인 대다수가 기존 회사의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이거나 미래 먹거리 사업부이기 때문에 인적 분할보다 주가 희석 효과가 큰 편이다.
특히 LG화학(051910)이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373220)으로 쪼개고 분리 상장한 2020~2022년 물적 분할에 대한 소액주주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이에 당국은 2022년 상장 심사와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물적 분할 추진 기업 19곳의 투자자 보호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장사 대다수가 기업 분할의 목적, 기대 효과,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주주 보호 방안 등의 공시 항목을 누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성이 부족한 공시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이 제한된 사례도 일부 발견돼 이 부분은 개선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을 의결한 13개 사가 반대 주주들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고 총 발행 주식 대비 평균 0.9%가 이 권리를 행사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미흡 사례를 상장회사협의회를 통해 기업에 안내하기로 했다. 또 물적 분할, 구조 개편 계획이 미치는 영향을 회사와 주주로 구분해 기재할 수 있도록 다음 달 공시 서식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사 물적 분할 반대 주주에게도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는 기업 분할이 결정되면 주요 사항 보고서 공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며 “주식매수청구권 등 투자자 보호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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