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시장에 내놨던 매물을 모두 거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분간 새로운 인수합병(M&A) 추진도 중단한다. SK그룹은 전 계열사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사업재편 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가 연말 쇄신 인사에서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은 뒤 인수·매각 작업을 싹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주력 투자자산을 내다팔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기존에 매각 계획이 있던 계열사까지 다시 들여다보고 우선순위를 정해 투자를 단행할지 정리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M&A를 하고, 또 신속하게 정리해왔던 기존 SK의 움직임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재 SK그룹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진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회사별 안건들을 세세하게 점검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상반기까지는 투자도 멈추고 리뷰 작업에 매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의 경우 5개월간의 협상 끝에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와 매매 조건(6000억 원대)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철회됐다. 이와 관련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의 안정적 사업 운영과 성장, 대내외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린케미칼 부문의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떨어진 가운데 캐시카우인 제약사업을 내놓는 부담이 컸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 거론됐던 동박제조사 SK넥실리스는 아예 매각 검토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리막 분야 SKIET 등 프라이빗딜 형태로 일부 계열사를 태핑하던 작업도 중단됐다. 혈액제제 제조업체 SK플라즈마의 투자유치도 철회하는 수순이다.
다만 유동화가 시급한 그룹 사정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비주력 사업 매각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의 경우 미국 공장 건립과 중국 공장 증설 등 배터리 설비 투자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2차 전지 업체 SK온의 경우 올해 7조 원을 포함해 수년간 23조~24조 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미국에서 포드, 현대차 합작이라 부담할 투자분이 절반 가량으로 줄더라도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으로 감당하기는 힘든 규모다. SK온의 기업공개(IPO)가 타이밍을 놓쳐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터리 사업의 흑자전환도 지연되면서 연내 추가 투자유치가 필요해 보인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시간은 SK의 편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사모펀드(PEF)들도 SK발 매물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인자 자리에 오른 최 의장은 SK케미칼, SK가스, SK디스커버리를 이끌며 경영 성과를 냈고, 기존 섬유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바이오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SK케미칼의 바이오 사업부를 떼어내 SK바이오사이언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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