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애플의 디지털시장법(DMA) 우회 시도에 경고장을 날렸다. 애플이 인앱결제 관련 소송전을 벌여왔던 에픽게임즈 유럽 계정을 DMA 시행 첫날부터 차단하자 불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DMA의 ‘간’을 보는듯한 애플 태도에 EU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따른다.
7일(현지 시간) 티에리 브루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담당 부서에게 애플의 에픽게임즈 개발자 계정 차단 사태를 우선 조사하도록 요청했다”며 “개발자를 위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 또한 “DMA에 따라 애플 측에 이번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DMA는 빅테크 독점력 견제를 위해 마련한 법률이다. 애플과 구글 등 모바일 운영체제(OS) 제작사는 자사 앱스토어·구글플레이가 아닌 타 수단을 통한 앱 설치를 허용해야 하고, 앱 장터 결제 수단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에픽게임즈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동시에 3D 제작툴 ‘언리얼엔진’ 제작사이기도 하다. 에픽게임즈는 미국에서 애플과 인앱결제 소송전을 벌여 승소한 바 있다. 에픽게임즈는 DMA 시행과 동시에 대체 앱 마켓을 개발·설치하려 했다. 애플은 에픽측이 “계약상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개발자 계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DMA 상 외부 앱 마켓을 도입할 수 있지만 개발자 계정을 내주는 것은 애플 권한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보복성 조치로 명백한 DMA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IT업계는 애플이 ‘선’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EU DMA의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U는 애플의 시도에 강경한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애플이 DMA 1호 적용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애플은 이미 EU 내에서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애플은 DMA 시행 직전인 지난 4일에는 EU 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8억 유로(약 2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