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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이용률 11%P 급감…'리니지 아류' 신작 반감도 커져

[레벨업 K게임]<상> 깨진 성공 방정식

OTT 등에 밀려 작년 이용률 63%

모바일 9%P 줄어 감소 두드러져

MMORPG 편중…이용자들 외면

잇단 표절에 업계 전반 신뢰 하락

장르·비즈니스 모델부터 바꿔야





국내 게임 시장이 지난해 10년 만에 역성장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호황을 구가하면서 기존 성공 방정식에 기댄 채 혁신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 코로나로 게임 이용률이 급격히 늘어 2020년 시장 규모가 20% 이상 커지면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이듬해부터 성장률이 둔화되며 위기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장르·플랫폼 다변화와 수익 모델 개선 등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웹툰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부상하면서 게임 이용률이 크게 하락했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와 ‘현질(유료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것)’을 유도하는 과금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것도 시장 역성장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게임 이용률은 62.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4.4%) 대비 11.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전인 2019년(65.7%)보다 게임 이용률이 더 낮아졌다. 특히 모바일 게임 이용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53.2%로 전년 대비 9.4%포인트 감소했다. PC 게임 이용률 역시 전년도 대비 1.9%포인트 줄어든 38.4%로 집계됐다. 콘솔 게임 이용률은 1.8%포인트 증가한 15.1%로 나타났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증가하며 팬데믹 기간에 늘어났던 게임 이용률이 급감한 것이다.

여기에 게임 이용자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나 OTT, 숏폼 콘텐츠, 웹툰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떠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는 카카오(035720)톡을 제치고 국내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유튜브의 지난달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4550만 명으로 추산된다. OTT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넷플릭스·티빙·쿠팡플레이·웨이브 등 4개 OTT 앱의 2월 MAU는 3114만 명으로 2년 전 대비 21.5% 늘었다. 웹툰 또한 고속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매출은 1조 50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0% 증가했다. 콘텐츠진흥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재택 시간이 감소하고 대안으로 향유할 수 있는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MMORPG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이용자들의 불만과 피로감을 부추기는 요소다. 엔씨소프트(036570)가 ‘리니지’ 시리즈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후 국내 게임사들이 리니지의 성공 방식을 모방한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like)’ 게임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 구매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는 ‘페이투윈’(pay to win·P2W)에 최적화한 이른바 ‘현질’ 유도형 게임에 대한 거부감도 극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출시된 MMORPG 장르의 신작은 대체로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모바일 기반 MMORPG 중 지난달 기준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통합 매출 10위권 이내에 포함된 게임은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8위)’밖에 없다. 지난해 출시한 MMORPG 신작 대다수가 출시 반년도 안 돼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는 “주요 게임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대형 MMORPG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게임 산업의 위기를 키웠다”면서 “장르와 비즈니스 모델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절 논란으로 연이어 발생한 법적 분쟁도 국내 게임에 대한 신뢰도와 위상 하락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월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보다 앞선 2021년에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웹젠은 이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엔씨소프트는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은 ‘롬’이 ‘리니지W’의 게임 콘셉트와 콘텐츠·아트·사용자환경(UI)·연출 등을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표절 논란이 게임 이용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게임의 본질과 재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게임사들의 실적이 악화한 데는 신작 출시 일정이 연기된 탓 또한 크다.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TL)’의 글로벌 출시와 ‘프로젝트 BSS’ 등의 출시가 올해로 지연됐다. 넷마블(251270)도 ‘아스달 연대기’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의 출시 시기를 올해로 늦췄고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스오더’의 글로벌 출시와 ‘오딘’의 북미 출시 일정이 올해 상반기로 밀렸다. 펄어비스(263750)가 2019년 첫 공개한 ‘붉은사막’의 출시는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박원우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모바일 게임 장르의 수요 둔화와 신작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업계 전반의 높아진 사업 위험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며 “기존 작품들의 실적 감소를 보완하는 신작을 적기에 출시하는 한편 PC·콘솔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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