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항구는 세계 최초로 자동화를 시작한 데 이어 인공지능(AI)을 통해 선박의 최적 경로까지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하에 하이퍼루프를 건설해 컨테이너를 직접 배송하는 방법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틴 반 오스턴 로테르담 항만청 홍보담당은 로테르담 항구의 최첨단 기술을 소개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7일 방문한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APM 터미널. 항구하면 생각나는 사람들의 북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144미터 크기의 거대한 안벽크레인 10대가 조용히 2만 TEU 컨테이너선의 화물을 내리고 있었다. 지상으로 내려온 컨테이너는 운전석이 없는 ‘운반카트’ 모양의 무인운송차량(AGV)에 실렸다. 100% 전기로 움직이는 이 차량은 74대나 운영중임에도 불구하고 충돌과 오차 없이 정확하게 야적장으로 향했다. AGV가 야적장에 부근에 멈추자 안벽 크레인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스태킹 크레인(ASC)이 컨테이너를 입력된 데이터에 맞는 위치로 옮겼다.
야적장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의 출고 작업 역시 자동화였다. 트럭 운전사 한 명이 야적장 옆에 위치한 도크에 멈춰서 카드를 찍고 버튼을 누르자 ASC가 저절로 컨테이너를 찾아 트럭에 실어줬다. 운전수는 이 시간에 대기하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역 전 작업의 무인화는 터미널 내 수 백 대의 드론과 카메라, 자동 센서(칩) 등을 통해 화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2015년 무인·자동화 터미널로 개장한 APM터미널에서는 컨테이너 하역 외에도 AI 등 다양한 신기술이 도입되고 있었다. 로테르담 항만청 개발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 ‘루트 스캐너’가 대표적이다. AI를 활용해 항구로 향하는 선박에게 시간상 최적의 경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 경로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항 선박은 평균 20%의 항만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항만청의 설명이다. 특히 누구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선박의 정확한 도착 시간과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인근에 위치한 벨기에의 앤트워프항과 독일의 함부르크항에도 판매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만청은 다른 항구의 데이터까지 이용할 수 있게 돼 루트 스캐너의 성능이 더욱 빠르고 정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유럽 모든 항만에 이 시스템을 공급하게 만든다는 목표다.
반복되는 하역 작업으로 축적되는 데이터 역시 터미널의 무인화·자동화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오스턴 홍보담당은 “자체적으로는 APM터미널이 현재 95% 자동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발전 중”이라며 “컨테이너 하역 과정의 데이터 역시 쌓이며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의 물량이 1시간에 30개에서 40개로 늘어났고 현재는 최대 1분에 1개씩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만청은 직접 사람이 담당하는 일부 작업 역시 기술 개발을 통해 자동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바람, 날씨 등 환경에 따라 컨테이너를 미세 조정하거나 컨테이너의 고정장치를 해제하는 작업 등은 사람이 직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청 관계자는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것이 인력이 아예 필요하지 않단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터미널과 떨어진 종합관리센터에서 원격으로 무인 장비를 조종하거나 자동화 기계를 유지·보수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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